[박용환의 세상돋보기] '첩첩산중' 쌍용차 최종식 사장의 무거운 어깨

  • 송고 2017.06.14 10:00
  • 수정 2017.06.14 14:11
  •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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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9년만의 흑자전환 성공이끈 티볼리 탄생 주역 'G4렉스턴 프로젝트'도

바통받은 최종식 사장, 디젤엔진 규제·친환경차·미래차 '첩첩산중' 묘수 필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서 쌍용자동차가 차지하는 자리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그리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와는 또 다르다. 1990년대 4륜구동 무쏘와 코란도의 신화를 쓰며 한국의 대표적인 SUV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쌍용차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이상을 바람 앞의 촛불신세로 연명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의 소위 ‘먹튀’(먹고 튀기) 논란은 대한민국 M&A사에 부정적인 단면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쫓겨났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가슴 아픈 생채기로 남아있다.

그야말로 쌍용차의 세월은 굴곡진 영욕의 역사다.

하지만 지금, 쌍용차는 도약을 위한 변태과정을 겪고 있다. 10년여만에 아픈 과거를 훌훌 털고 햇살아래 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도 하나둘씩 복직하고 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쌍용차의 변화를 가능케 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티볼리다. 티볼리 브랜드는 2015년 1월 출시된 2년간 1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쌍용차는 티볼리 브랜드에 힘입어 9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쌍용차의 역전 안타를 칠 수 있게 한 티볼리의 탄생은 전임 사장인 이유일 부회장의 절차탁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유일 전 사장은 2009년 법정관리인을 맡았고 2011년 마힌드라그룹으로 인수된 뒤 CEO로 임명돼 2015년 3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티볼리 프로젝트가 시작된 시점이 바로 마힌드라로 주인이 바뀐 때다.

하지만 티볼리가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면서 인기를 끌 것으로 확실시되던 시점에 그는 대표이사직 퇴임을 선언했다. 법정관리 졸업과 해고자 문제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탓이란 추측만 있었을 뿐이었다.

티볼리의 화려한 출시를 끝으로 진정 ‘박수칠 때 떠난’ 명예로운 CEO로 남았다.

그는 CEO 재직 4년만에 내수 2만2189대에서 6만9036대로 3배, 수출 1만2747대에서 7만2011대로 6배가량을 늘렸다. 2013년에는 르노삼성을 제치고 내수 4위로 오르기도 했다.

CEO로서 6년의 족적은 2년 뒤 쌍용차의 희망을 여는 탄탄한 반석이 됐다. 티볼리의 처음과 끝, 그리고 최근 출시된 G4 렉스턴 프로젝트 또한 그의 밑그림이다.

그는 2015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쌍용차가 티볼리로 대승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수익성이 낮은 모델이기 때문”이라며 “내년이나 내후년에 렉스턴 후속모델을 선보이고 고급 SUV를 개발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쌍용차의 키를 넘겨받은 최종식 사장의 진검승부는 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전임 사장이 쌍용차의 암울한 상황을 역전시킬 묘수를 뒀던 것처럼 최 사장의 어깨에는 쌍용차의 미래가 얹혀있다.

현대차가 ‘코나’를 출시하면서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독주하던 티볼리브랜드의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G4렉스턴의 성공은 아직은 조금더 두고봐야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미세먼지로 부각된 디젤엔진 규제 움직임, 그리고 세계적인 친환경차,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등의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내세울 쌍용차만의 카드다.

그러나 아직은 ‘암중모색’이라는 말처럼 무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듯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속담처럼 쌍용차만이 할 수 있는 '그것'을 준비해야할 때다.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두고 글로벌 브랜드들은 생존을 건 대전을 준비를 하고 있다. 거센 풍랑에 맞서 키를 잡은 최 사장의 어깨가 어느때보다 무겁다.

전임 사장이 씨를 뿌려 어렵게 틔운 쌍용차의 희망의 '싹'이 최 사장의 손길로 무럭무럭 자라나 산을 지키는 거목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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