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일자리 창출 외침에도…금융공기업 ‘뒷짐’진채 눈치만

  • 송고 2017.06.23 10:35
  • 수정 2017.06.23 17:10
  • 백아란 기자 (alive020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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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비정규직 해소 정책에 금융공기관, '눈치보기' 모드

산은·수은·주금공 등 일부 공공기관, 신규 채용 외려 줄어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금융권에도 비정규직 해소와 고용확대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발을 맞춰야 할 금융공공기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모습이다.

특히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등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신규 채용 계획도 외려 축소하는 등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왼쪽부터)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전경.ⓒEBN

(사진왼쪽부터)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전경.ⓒEBN

◆ 금융공기관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파견직 포함시 전체 인력에 30% 달해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주금공 등 국내 8개 주요 금융공공기관의 올 1분기 총 임직원 수는 2만7291.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의 2만6895.14명 보다 1.47%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는 임원과 일반 직원, 무기 계약직, 비정규직 및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의 인력이 포함됐다.

올해 1분기 현재 전체 고용 인원 대비 비정규직 비중은 900.69명으로 3.30% 수준이지만, 소속 외 인력(3095명)을 포함하면 14.64%(3995.69명)에 달한다.

여기에 전체 인원의 16.52%를 차지하는 '무기계약직' 인력 4509명을 고려하면 약 31.16%가 정규직이 아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있어 '중규직'이라고 불리는 무기 계약직은 비정규직에서 전환된 인력과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채용한 인원을 일컬으며,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는 인사상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소속 외 인력은 현행 파견제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 소속이면서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의 형태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을 말한다.

올 3월말 현재 무기 계약직을 제외한 정규직 인력이 가장 적은 곳은 캠코로 나타났다.

캠코는 전체 인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66%가 정규직이며 나머지는 무기 계약직(56명·4.74%), 비정규직 (11명·0.55%), 소속 외 인력은 (614명명·30.7%)으로 채워졌다.

조사 기관 중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주금공으로, 11.67%(108.5명)가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68.1%며, 소속외 인력은 13.50%(126명), 무기계약직은 6.8%(63명)다.

금융공공기관 중 인력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행은 70.8%가 정규직이며, 특히 무기계약직(4065명) 비율이 27.72%로 높았다. 비정규직과 소속외 인력은 각각 0.29%(424.64명), 1.18%(1713명)로 조사됐다.

수은의 정규직 비중은 80.3%로 무기계약직은 1명이었으며, 비정규직은 5.16%(63.24명), 파견직은 14.52%(178명)이다.

같은 기간 예보는 83.2%가 정규직으로 비정규직과 파견직은 각각 10.9%(94.2명), 5.81%(50명)을 기록했다. 무기계약직 인력은 없었다.

기보의 경우 정규직이 86.4%며, 무기계약직은 5.79%(79명), 비정규직은 1.54%(21명), 파견직은 6.23%(85명)수준이다. 산은은 87.4%가 정규직으로 나머지 무기 계약직이 3.31%(120명), 비정규직 114명(3.15%), 파견직 6.10%(221명)로 나왔다.

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보로 88.7%를 나타냈으며 11.3%는 무기계약직(4.74%), 비정규직(2.43%), 파견직(4.09%)다.

금융공공기관에 일하는 10명 중 3명(31.16%)인 8504.69명이 무기 계약직,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이뤄진 셈이다.

금융공공기관 1분기 인력 현황 및 비중ⓒ알리오, EBN재가공

금융공공기관 1분기 인력 현황 및 비중ⓒ알리오, EBN재가공

◆ “8월 가이드라인 후 검토”…금융공공기관, 유보적 태도
하지만 이들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구체적인 비정규직 전환계획을 내놓은 곳은 기업은행과 예보, 기보 등 2~3곳에 불과하다.

기존의 정규직과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견직 등 정규직 대상의 범위와 업무 분담을 하기엔 부담스럽다는게 공기관의 입장이다.

특히 산은과 수은의 경우, 지난해 혁신방안에 따라 인력 등 자체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라 인력을 충원하기에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산은과 수은 등 금융위 산하 12개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40%가량인 5개 기관이 올해 신규 채용 인력을 줄였다.

기관별 잠정 채용계획을 보면, 금융보안원이 17명에서 13명으로 23.5%, 수은은 33명에서 25명으로 24.2%, 산은은 59명에서 57명으로 3.38% 감소했다.

지난 4월 채용형 청년인턴 55명을 선발한 캠코의 올해 채용계획은 65명으로 지난해 보다 10% 가량 적다.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했던 주금공의 경우 작년 82명에서 올해 53명으로 채용 계획을 35.3% 축소했다.

한편 이들 공공기관은 오는 8월 일자리위원회의 로드맵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형 캠코 노조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에 8월까지 일자리 정책 로드맵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며 "로드맵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캠코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기관제 근로자에 대해 단계적으로 처우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과도한 전환, 예컨대 한번에 5급 공채 수준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정규직의 반발과 역차별을 부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수은 관계자 역시" 아직 정부에서 일자리창출 플랜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며 "8월 일자리 위원회의 로드맵이 나오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금융공기관 다른 관계자는 "인력 구조 전환은 기관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준다"며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고, 기관별로도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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