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가격 하락 '본격화' 조짐…채권형펀드 '빨간불'

  • 송고 2017.06.29 10:48
  • 수정 2017.06.29 10:55
  • 최은화 기자 (acaci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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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드라기 총재 발언…전날 외국인 채권 대량 매도

5월 국내 채권형펀드 2000억원 순유출…수익률 저조

외인 자금이탈·주식시장 활황등 채권시장 약세 견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8일 양적완화 정책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8일 양적완화 정책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이 처음으로 양적완화 정책 축소(테이퍼링·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것)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조짐이 일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 등과 겹지면서 채권가격 하락이 예상돼 그동안 안정적인 상품으로 각광 받아 왔던 채권형 펀드에 적신호가 켜졌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까지 진행해 온 양적완화 정책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직접 공급해 자금흐름을 풍부하게 하는 통화정책을 뜻한다. 이를 축소하겠다는 말은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자금들을 은행으로 모으겠다는 의미다. 때문에 금리와 반비례 관계에 있는 채권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충분히 밝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여기에 유럽까지 가세하면서 채권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제 전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채권시장 약세가 가시화됐다. 외국인들이 선물을 중심으로 채권을 대량 매도하면서 현물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채권형펀드도 덩달아 자금이탈에 속도를 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주식형펀드는 1조9947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국내채권형펀드에서는 2052억원이 순유출됐다. 혼합형 상품 중에서도 주식혼합형은 3581억원 순유입됐지만 채권혼합형은 2634억원 자금이 순유출됐다.

또 연초이후 1조649억원이 순유입됐던 해외채권에는 지난달 고작 198억원만이 순유입됐다.

펀드설정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자]1(채권)C-A'을 비롯해 일부 채권형펀드의 일주일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간다고 하면 채권형펀드 환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매도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지면서 채권형 펀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권시장 약세를 견인할 또 다른 요인으로 주식시장 활황을 꼽았다. 이날 코스피는 24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도 긍정적이어서 자금 흐름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 같은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채권시장에 가장 크게 타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채권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투자 심리에 단계적으로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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