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정책 앞장서 실행해도…괄시 받는 금융업계

  • 송고 2017.06.29 13:05
  • 수정 2017.06.29 13:07
  • 유승열 기자 (ysy@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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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단 금융권 인사 '제로'…산업은행 회장도 미포함

"다른 건 챙기면서 금융산업 시급한 사안은 외면" 불만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경제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경제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금융사들이 지난달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전보다 금융권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권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중인 경제인단은 총 52명으로 구성됐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소속 기업별로 보면 △대기업 10명 △중견기업 14명 △중소기업 23명 △공기업 2명 △미국계 한국기업 2명 △주관 단체인 대한상의의 박용만 회장 등 52명이다. 중소·중견기업이 3분의 2를 넘었다.

이번 경제인단은 이전 정부 때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한 것과 달리 민간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선정 과정을 주도했다. 경제사절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피하고자 이름도 '경제인단'으로 바꿨다.

이들은 2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양국 상의 주최로 열리는 경제인행사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뒤 이후 방미 기간 민간 경제외교에 나서며 현지 투자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권 인사가 한 명도 뽑히지 않았던 점에서 의아해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에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이 함께 했으며 지난해 6월 이란 방문 경제사절단에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광구 우리은행장·권선주 기업은행장이 동행했다.

특히 경제사절단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산업은행 수장이 빠졌다는 점에서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금융권을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은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발맞추는 모습을 보여왔다. 비정규직 제로(0) 방침에 맞춰 금융공공기관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도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정규직 전환을 검토중이다.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공기업은 물론 시중은행에서도 신규채용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도입도 사실상 포기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자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각 정부부처 장·차관이 임명되는 가운데 차기 금융위원장은 현재까지 임명 제청되지 않고 있다. 하마평만 무성하면서 업권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또 금융시장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정책들은 진행상황이 답보상태에 놓여져 있어 은산분리 완화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인터넷전문은행 등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 4월부터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강화된 규제 속에서 정부의 방침대로 가격을 조정하던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하시 손해율 악화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나중에 자동차보험료도 규제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그동안 금융당국의 감독이 아닌 심판으로서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가격조정 등을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도 도루묵이 없던 일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에 대해 공약집에 금융권에 대한 공약이 미비했고 기업보다 서민·민간 중심으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된 평가"라며 "금융권의 제도개선 요구는 외면하는 등 정부의 금융권을 대하는 자세는 과거 '비 오는 날 우산 뺏기' 등 부정적 이미지의 금융권을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에는 시장 성장 등과 관련된 시급한 사안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금융권의 기대감은 저조하다"며 "정부 방침과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일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화답해주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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