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안종범 수첩에 '최순실·합병'은 없었다

  • 송고 2017.07.06 06:00
  • 수정 2017.07.06 09:18
  •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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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정유라·합병 등 재판 '핵심 키워드' 발견 못해

안종범 전 수석 "국민연금·공정위에 지시한 적 없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사진제공=데일리안포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사진제공=데일리안포토]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뇌물공여를 입증할 가장 중요한 증거물로 안종범 수첩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안 전 수석의 기록에서도 최순실에 대한 승마지원 대가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순실, 정유라, 합병, 청탁 등 이번 뇌물공여 사건의 핵심 키워드들은 일절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4일과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5차와 36차 공판에 걸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신문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등장한 것은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근무 시절 대통령 지시사항 등을 기록하기 위해 작성한 수첩이다. 증거물로 제출된 것만 63권에 달한다.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적힌 내용이 대통령의 지시사항, 단순정보전달, 소관업무가 아닌 지시사항, 소관업무 외의 정보전달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첩을 핵심 증거로 내세운 특검의 주장과 달리 수첩 내용에는 청와대가 나서 삼성물산 합병을 도왔다는 핵심적인 키워드는 등장하지 않는다.

안종범 전 수석은 "합병 관련 지시를 받았거나 (대통령이)언급했다면 '합병'이라는 단어 자체를 수첩에 최소 한번은 적었겠죠"라는 변호인단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들었다면 적었겠지만 증인 수첩에는 합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죠"라는 추가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또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최순실과 정유라의 이름을 들어본 바 없다고 증언했다. 안종범 수첩에도 '최순실(최서원)', '정유라(정유연)'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특검은 신문 시작에 앞서 "수첩이 중요하지만 진술과 앞뒤 정황을 포함해 독대 때 오간 이야기를 입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종범 수석의 증언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 해소 처분 주식수 등 특검이 뇌물의 대가로 지목한 사안에 대해 지시를 받거나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엘리엇과의 표대결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하거나 언급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안 전 수석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지시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오히려 투자위에서 결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은 "최광 이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문위에서 해도 되는데 왜 투자위를 하는가라고 했고 ISD에 대한 걱정도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핵심 증거로 여겨졌던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서 뇌물공여를 입증할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재판부는 63권의 수첩을 간접사실에 관한 정황증거로만 채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말미 안종범 수첩에 대해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 아니면 개별 면담자들 사이에 말을 했다는 점에 관한 진술증거 능력은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대화 내용이 있었다는 진정성과는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관한 정황증거로 채택하겠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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