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조선결산-끝] “대우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

  • 송고 2017.07.12 16:07
  • 수정 2017.07.12 22:53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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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금지원에 일감 부족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반발

‘빅2’ 체제로 전환해도 옥포조선소 인수 해법 찾기 어려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대우조선해양

올 상반기 정부가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추가 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로 불리는 경쟁사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일감 부족으로 조선소 일부 도크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 극복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 조선소는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조선소가 수주경쟁에 나서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빅2 체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은 5차에 걸친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하고 총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채무재조정을 마무리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추가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채무재조정을 요구한 만큼 이를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은 ‘P플랜(Pre-packaged Plan)’이라는 이름의 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한때 주요 사채권자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반발하면서 대우조선의 P플랜행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주말까지 이어진 협상을 통해 채무재조정에 합의함으로써 대우조선은 추가 자금지원과 함께 대우그룹 해체 이후 두번째 법정관리 신세를 면할 수 있게 됐다.

여론의 질타 속에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된 대우조선은 내년까지 자산매각 등을 통해 5조원을 웃도는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하며 사업구조도 경쟁력을 가진 상선과 특수선 중심으로 재편하게 된다.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이자 명실상부한 조선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의 회생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대우조선의 추가 자금지원 결정 소식을 듣고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아쉬워했다”며 “고부가가치 상선부터 해양플랜트까지 경쟁관계에 있는 대우조선이 다시 수주경쟁에 나서게 되면 현대중공업의 부족한 일감을 채우는 것은 그만큼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일감 부족으로 3기의 도크가 현재 가동 중단된 상태이며 1기의 도크를 운영하던 군산조선소도 7월 4일 건조가 마무리되지 않은 마지막 선박을 울산조선소로 이관하며 가동을 멈췄다.

경쟁사들이 대우조선의 회생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가장 큰 이유는 점차 심각해지는 일감 부족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도 선박 건조의 초기 과정인 선행작업에서 이미 공백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CPF, LNG-FPSO(FLNG,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등 대규모 해양플랜트 인도로 조선소 일감은 더욱 줄어들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333만1000CGT(69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320만5000CGT(60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12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842만7000CGT(211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838만7000CGT(181척)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들 조선소는 각각 500만CGT 이상 급감한 것이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의 수주잔량은 쇄빙LNG선을 비롯한 대규모 LNG선 수주에 힘입어 822만7000CGT(180척)에서 626만6000CGT(88척)로 감소폭이 비교적 적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의 회생을 바라지 않은 것은 수주경쟁이 과도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조선빅3가 공통적으로 수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처음 도전에 나서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이유도 크지만 서로가 계약금액을 깎아가며 치열하게 수주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둘이 경쟁하는 것과 셋이서 경쟁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이들 빅2가 향후 수주경쟁에서 대우조선이 배제되길 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이 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옥포조선소의 가동 중단이나 폐쇄를 원하는 것은 아니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빅2’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지만 옥포조선소 인수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빅2’ 체제로의 재편에 대해서는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는 ‘빅2’ 체제로 변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대우조선 대표로 있는 동안 회사를 반드시 흑자로 돌려놓고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 외에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옥포조선소를 인수한다고 하면 거리가 먼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보다는 같은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이 좀 더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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