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1구역 재건축 컨소시엄 "건설사 셈법(?) 복잡하네"

  • 송고 2017.07.14 15:38
  • 수정 2017.07.14 17:33
  •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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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예상했던 유력 건설사 2곳 돌연 '같은편' 구성…조합원 '당혹'

"1100가구를 굳이 컨소시엄으로?"…조합 혜택 등 선택 여지 줄어

공덕1구역 전경 ⓒ네이버지도

공덕1구역 전경 ⓒ네이버지도

서울 마포구 공덕1구역 재건축 사업이 혼란에 빠졌다. 당초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양자대결을 예상하고 있던 조합원들은 예상을 깨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공덕1구역 시공사 입찰 결과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롯데건설이 입찰했다.

공덕1구역은 공덕동 105-84번지 일대 연립주택 200여 가구를 재건축해 지하 3~지상 20층 아파트 11개동 1101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지하철5·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가 지나는 공덕역과 지하철5호선 애오개역이 모두 가깝고 시청, 광화문 등 도심 접근성도 좋아 알짜 부지로 평가받는다.

일찌감치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진입해 홍보 활동을 물밑 작업을 벌여온 사업장이다. 조합원들도 자연스럽게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혹은 디에이치)'냐, GS건설의 '자이'냐를 두고 저울질해 왔다. 하지만 입찰 결과는 조합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유력 건설사인 두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선택의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가장 큰 고민거리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제안이 최상의 조건이냐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한 사업장의 경우 대출 조건과 이주비, 일반분양가, 조합원 옵션 등 조합원에게 유일한 조건을 경쟁적으로 제시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공덕1구역의 경우 경쟁사 두 곳이 한 편이 되면서 경쟁적으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조합원 대다수는 두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조건이 나쁘지는 않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제시한 조건에서 좀 더 좋은 조건이 나올 수 없었는지, 이것이 최상의 조건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함께 입찰에 참여한 롯데건설의 경우 애당초 적극적인 수주 욕심을 보이지 않았던 건설사이고, 제안서 역시 고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현지 부동산의 설명이다.

조합원들은 또 컨소시엄을 구성할 정도로 큰 사업장이었냐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흔히 컨소시엄은 사업 규모가 크고 단지수가 많은 곳에 이뤄진다. 공덕1구역은 11개동 1101가구 규모로, 예정 공사비는 2732억원 수준이다.

컨소시엄이 필요할 정도로 큰 사업장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강남 재건축 최대어인 반포1단지(1·2·4주구)는 총 5388세대, 예정 공사비만 2조6411억원이다. 워낙 큰 사업장인 탓에 조합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합은 오히려 이를 불허했다. 브랜드 가치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3개사의 컨소시엄에서 단일 건설사로 시공사를 교체하는 방배5구역도 예정 공사비는 7492억원으로 공덕1구역 보다 사업 규모가 더 크다. 방배5구역의 경우 시공사 교체 이유가 대출 조건 등 기존 시공사와의 갈등도 있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히다.

보통 조합과 시공사간 양자간 합의로 사업을 진행하지만 방배5구역의 경우 시공사가 3곳이라 조합까지 4자간 합의를 거치다 보니 의견 일치가 힘들고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돼 왔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조합에서 입찰 직전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변경했는데,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중견사들을 위한 조건인 것으로 짐작했다"며 "유력 건설사 두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할지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모호해진 단지명도 문제다. 최근 주택시장 트랜드는 건설사들의 '브랜드' 전쟁이다. 브랜드에 따라서 가격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자이나 힐스테이트로 단일화·고급화를 희망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두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단일 브랜드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흔히 컨소시엄으로 시공하는 경우 별도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자이힐스테이트'와 같은 중복 명칭을 사용하는 데,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합원들 역시 이 부분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조합에서는 다음주 중 대의원회를 열어 입찰에 참여하나 건설사들의 제안서를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GS와 현대의 입찰 조건이 나쁘지는 않다.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회피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조합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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