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희의 증권랜드] 지적 자산과 인적 자원이 저렴한 나라

  • 송고 2017.08.09 09:16
  • 수정 2017.08.09 09:18
  •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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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경제부 증권팀 박소희 기자.

EBN 경제부 증권팀 박소희 기자.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영화가 몇몇 있습니다. '트랜스포머'부터 최근에는 '미이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시차때문에 얼떨결에 최초 개봉이 되기도 하고 전략적으로 우리나라를 최초 개봉지역으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 전략은 씁쓸한(?) 역발상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해 있어서 국내 미개봉작도 순식간에 파일이 온라인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럴 바에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수사를 붙여 마케팅이나 확실히 하자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저작권이나 지적 자산의 값을 메기는데 인색합니다. 나 하나 영화 파일을 다운받아 본다고 영화가 닳거나 망가지진 않으니까요. 거의 공공재에 가깝게 인식한다고 할까요.

또 하나 인색한 게 있는데 바로 사람 값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인상적인 점을 꼽으라고 하면 24시간이나 운영하는 편의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지하철이 무척 청결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게 다 아르바이트나 청소 노동자 등 관련 인력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받는 임금만큼의 대우를 받아 사회적 병폐가 됐고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이 상향됩니다. 최저임금 인상, 임금의 정상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지수사업은 지적 자산이자 노동력의 산물입니다. 물론 거래소의 고급 노동력을 최저임금 노동자와 비교하긴 무리가 있습니다만, 사회 전반에 죽어라 일하는 분위기로 인한 노동 착취가 팽배하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지수사업은 거래소가 인적 자원 등을 투입해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고 최근 몇년전 부터는 지수 사용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해외 주요 지수 사업자들에 비해 거래소가 받는 지수 사용료는 터무니 없이 낮다고 합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됐으니 가만 볼수만은 없는건 당연합니다. 더 받고자 하는 자와 덜 주고 싶은 자들의 밀고 당기기는 비즈니스의 본질이니까요.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의 거부감은 지수가 많이 쓴다해서 닳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적 자산형태라 비용 산정이 다소 불투명하다, 혹은 아깝다는 인식에서 기인합니다.

금융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활용되는 이 지수는 전문 인력과 연구개발, 고유의 기법으로 산출된 주요 자원입니다. 지수가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지적 자산과 노동력은 제값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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