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필라이트' 돌풍에도 맥주사업 '흐림'

  • 송고 2017.08.18 15:27
  • 수정 2017.08.18 15:27
  •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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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맥주 사업 영업손실 전년比 91.2% 커져

맥주 부진한 탓에 턴어라운드 실패…40% 점유율 달성도 물거품

ⓒ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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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출시한 '필라이트'의 깜짝 흥행에도 불구하고 맥주사업이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을 40%까지 회복하겠다던 김인규 사장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불투명해졌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상반기 매출이 9047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0.6%, 영업이익은 무려 86.1%나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동반 하락한 것이다.

부문별로 살펴봐도 맥주가 소주 사업에 비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맥주 매출은 올 상반기 전년동기보다 3.6%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역시 지난해 상반기(227억원)보다 91.2% 증가한 434억원으로 늘었다.

이같은 부진은 올 1분기 희망퇴직으로 인한 위로금 지급이 영향을 준 이유도 있지만, 맥주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탓이 크다.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카스'와 AB인베브가 가진 다양한 수입맥주 포트폴리오 강화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고, 후발주자인 롯데주류 역시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에 이어 라거맥주 '피츠 수퍼클리어'로 맥주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일반음식점에서는 '하이트' 맥주를 냉장고에서 빼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 관계자는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하이트를 찾지 않아 들여놓지 않는다"며 "맥주를 넣을 수 있는 냉장고 공간은 제한적인데 안팔리는 제품을 굳이 가져다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맥주시장에서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수입맥주도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부진에 악영향을 주고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발포주 '필라이트'를 선보인 것도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수입맥주에 대항하기 위한 차원도 있었다.

필라이트는 출시 이후 지난달 말 기준 대형마트 등에서 품절대란을 초래하며 100일만에 120만상자, 약 3400만캔이 판매됐다. 그러나 이같은 필라이트의 돌풍에도 전체 맥주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하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라이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월 전체 맥주 판매량이 500~600만 상자 수준임을 고려하면 필라이트 비중은 약 2%로 아직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미있는 실적 기여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 브랜드인 '하이트'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이 맥주사업 부진의 주효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4월 3세대 맥주라고 명명한 '올 뉴 하이트'를 시장에 선보였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 제품은 이름만 빼고 원료비중과 공법, 상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리뉴얼했다.

그러나 반전을 노렸던 하이트진로의 이같은 전략도 실패로 돌아간 모양새다. 실제 A편의점에서는 지난해 4월 리뉴얼 출시 이후 올 7월까지 매출이 직전 동기간보다 11% 감소했다. B편의점에서는 5.4%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국 김인규 사장이 지난해까지 3세대 맥주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목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33~35%정도로 추정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 2분기부터는 맥주 매출이 올라가고 있다"며 "맥주사업이 적자이긴 하지만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고 물량 공급 부족으로 7월부터 판매된 필라이트도 하반기엔 실적 개선분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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