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박발주, 비수기에 더 많았다

  • 송고 2017.08.21 14:47
  • 수정 2017.08.21 14:47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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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월간 최대 발주 기록 이어 8월도 벌써 40척 넘어서

휴가철 비 선사들이 발주 주도…공급과잉 가중 비난도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각사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각사

선사들의 여름휴가로 인해 전통적으로 발주가 드물었던 7~8월에 오히려 선박발주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량 증가세는 유조선과 벌크선에서 두드러졌는데 업계에서는 기존 선사들 외에 투자은행, 곡물메이저 등 비 선사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선박 발주에 나서면서 여름철 발주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407척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321척에 그쳤던 선박 발주는 7월 들어 88척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 올해 가장 많은 선박이 발주된 6월의 경우도 66척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발주량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기록이다.

8월 들어서도 선박 발주는 지속돼 지난 18일 기준 글로벌 누적발주량은 450척으로 늘어났다. 이달 들어 41척, 하반기가 시작된 7월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 보름여만에 129척이 발주된 것이다.

선종별로는 지난달 말 기준 유조선이 165척(1910만DWT)으로 가장 많았으며 벌크선은 91척(930만DWT)이 발주됐다.

유조선의 경우 발주 척수는 지난해 연간(180척, 1110만DWT)보다 적었음에도 DWT 기준으로는 800만DWT 더 늘어났다. 지난해 14척(440만DWT)에 그쳤던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발주가 올해 32척(1010만DWT)을 기록하는 등 대형선 위주의 발주가 이뤄졌던 것이 DWT 기준 지난해 연간발주량을 넘어서는데 영향을 미쳤다.

벌크선은 척수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발주량(52척, 1380만DWT)을 넘어섰으나 DWT 기준으로는 아직 1000만DWT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CMES(China Merchants Energy Shipping)을 비롯한 중국 선사들이 상해외고교조선 등 자국 조선업계에 ‘발레막스’로 불리는 40만DWT급 30척을 발주한 반면 올해 들어서는 이와 같은 대형선 발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 철광석메이저인 발레(Vale)가 총 480만DWT에 달하는 ‘발레막스’ 12척 발주를 추진하고 있어 계약이 체결될 경우 지난해 연간 발주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조선과 벌크선 발주는 7월 들어 더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조선은 지난달 38척이 발주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4척이 더 발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유조선과 비슷한 36척의 선박이 발주됐던 벌크선은 이달 들어서도 13척이 더 발주되며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철에 오히려 발주가 더 늘어나고 있다.

유조선과 벌크선의 7월 발주량은 74척으로 이들 두 선종의 합계만으로도 월간 기준 올해 최대 발주량을 기록했다.

중국 최대 민영조선소인 양즈장조선은 상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7월에만 14척의 선박을 수주했다고 밝혔으며 상해외고교조선, 청시조선소, 우후조선소, 저장오후아조선 등도 잇달아 수주소식을 전하고 있다.

특히 상해외고교조선은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프랑스 CMA CGM이 발주하는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CMA CGM은 확정발주 6척, 옵션 3척 등 총 9척의 선박 발주를 추진하고 있으며 상해외고교조선과 후동중화조선이 선박 건조를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가 논의되고 있으나 올해 컨테이너선 시장은 지난해보다도 더욱 침체된 모습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발주된 컨테이너선은 3000~7999TEU급 4척, 3000TEU급 미만 16척 등 20척에 그쳤으며 이달 들어서는 저장오후아조선 등 중국 조선업계가 피더컨테이너선 8척을 추가했다.

지난해 연간 3000TEU급 미만 선박 76척을 포함해 총 93척이 발주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컨테이너선 시장은 30년래 최악으로 평가됐던 지난해보다도 더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선사들이 일반적으로 6월 말부터 8월까지 긴 여름휴가를 보내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통상적으로 선박 발주가 상당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올해의 경우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여름철 선박 발주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은행인 JP모건, 곡물메이저인 카길(Cargill), 에너지기업인 비톨(Vitol) 등 전통적인 해운업을 영위하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조선업계를 위주로 수주 비수기에 발주를 단행했다”며 “선박 가격이 바닥인 시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발주로 여겨지는데 이에 대해 전통적인 선사들은 공급과잉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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