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이재용 선고…삼성 경영 방향타 어디로?

  • 송고 2017.08.23 16:26
  • 수정 2017.08.24 08:16
  •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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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 선고시…총수 부자 경영공백 따른 초비상경영 지속

집행유예 선고시…글로벌 경영 완전 정상화 시간 걸릴 듯

무죄 선고시…신수종·M&A·클린 경영 기대감 상승

[EBN 손병문·문은혜·최다현 기자]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3월부터 5개월여 동안 총 53차례나 진행된 이번 재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1심 선고와 함께 일단락된다. 물론 앞으로 2심과 3심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험로가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특검으로부터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공여 △재산국외도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위증 등 5가지다. 이 가운데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관된 '뇌물' 부분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첨예하게 공방을 벌여왔다.

1심에서 예상되는 선고는 '무죄·집행유예·실형' 등 크게 세가지다. 물론 5개 혐의 전부 또느 일부에 대해 유·무죄가 갈릴 수는 있지만 어쨌든 선고 형태는 세가지 중 한가지로 내려질 공산이 크다.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된 만큼 선고유예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된 1심 선고공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삼성의 경영 방향타를 짚어본다.

◆실형 선고시…총수 부자 경영공백 따른 초비상경영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 중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고 실형이 선고될 경우 현재와 마찬가지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과 함께 부자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 삼성으로서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장기화되는 셈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미 이 부회장의 구속 후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 구조를 개편하던 작업도 일시 중단됐다. 구속 전까지만해도 방산과 화학 부문을 한화에 매각하고 하만을 인수하는 등 크고작은 개편 작업이 이뤄진 바 있다.

계열사 차원에서 현상유지를 위한 소규모 투자는 단행되고 있지만 조 단위 대규모 투자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조 단위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은 최고경영진의 지휘없이 전문경영인이 전체를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돼 수감기간이 계속 길어진다면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미 경영 차질로 인한 잡음은 계열사 곳곳에서 들린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이 지난달 신청한 발행 어음 사업 인가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심사 자체를 보류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은 전장사업은 미국 하만 인수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텔이 BMW나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과 손잡고 자동차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 한해 기록적인 실적이 예상되는 반도체 부문도 안심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을 독립시키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강화에 나섰지만 주요 고객사인 퀄컴을 대만 TSMC에 뺏긴 것으로 알려졌다. DS부문 출신인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지만 파운드리사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다른 우려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글로벌 IT업계 리더들과의 사업 교류나 스킨십이 중단된 부분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으로 인해 다보스포럼에도 참석하지 못했으며 엑소르 이사진에서도 물러났다. 엑소르는 FCA그룹의 지주회사로 이탈리아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과도 주요 파트너 관계에 있어 삼성의 전장사업 전략의 주요 카드로 거론돼왔다.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삼성 계열사들도 실형 선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을 견제하려는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이 거센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라이벌 기업들에게 삼성을 물어뜯기에 더없이 좋은 미끼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등에서 적용하는 '해외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계약해지와 과징금 등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일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외재산도피를 이유로 특검이 중형을 구형한 것을 재판부가 받아들인다면 본말이 전도된 격"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다면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행유예 선고시…경영 완전 정상화 어려울 듯

5가지의 주요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이 중 일부만 유죄가 인정돼도 실형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죄가 아니면 실형이라는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예견되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이 부회장의 무죄가 최선이지만 차선책으로 집행유예를 통해 영어의 몸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당장은 석방이 가능하지만 법적인 짐을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일단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룹의 큰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총수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

다만 아직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한 만큼 도의적 차원에서 중책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다. 당분간은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계열사별 독자경영 시스템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겼던 삼성전자는 권오현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 등 3인방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현 부회장의 경우 이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각종 대외 일정들을 직접 챙기며 오너의 경영 공백을 메웠다.

◆무죄 선고시…삼성 글로벌 경영·클린 경영 기대감↑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 이 부회장은 그동안 특검으로부터 받아온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이 부회장은 피해자라는 논리가 받아들여지게 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이 무죄 판결로 혐의를 벗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 삼성의 글로벌 경영 및 클린 경영에도 파란불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총수 부재로 인해 그동안 올스톱됐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이나 대규모 투자 계획, 내부 조직개편 등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올 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그룹 경영에서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로 돌아선 만큼 총수의 힘이 과거처럼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지난 재판 과정에서 악화된 여론과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변수다. 이 때문에 당분간 삼성의 오너 경영이 완전히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무죄가 나오더라도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혐의를 벗더라도 악화된 여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선고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원고나 피고측 항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은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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