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실형 선고와 삼성그룹株

  • 송고 2017.08.31 10:57
  • 수정 2017.08.31 11:02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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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株, 선고 후 2~3일간 하락 후 반등…총수 부재에도 실적 전망 밝아

이번 일 계기로 삼성그룹, 윤리·책임경영 강화하고 오너 리스크 감소하길

이경은 EBN 경제부 증권팀 기자

이경은 EBN 경제부 증권팀 기자

지난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에버랜드 CB(전환사채) 편법 증여,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등 탈세·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속됐다. 그리고 1년 후인 2009년 이 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국내 최대 그룹 회장이 감옥살이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각계각층에서 제기됐다. "이러다 삼성 망하는 거 아니냐, 우리나라도 같이 망하는 거 아니냐"며 이 회장과 삼성그룹의 미래를 내 일처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8년이 지난 현재 비슷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듯 하다.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제공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주 투자자들도 실형 선고가 충격적이었는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삼성그룹주 주가는 선고일인 25일부터 이후 2~3일 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생각해보고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삼성그룹은 국내 최대그룹이면서 글로벌 그룹 대열에 올라있는 대기업은 맞다. 때문에 삼성그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은 건 사실이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많이 않을 듯 하다. 다만 그룹 총수가 구속되면 삼성그룹이 망하고, 삼성그룹이 망하면 우리나라 경제도 무너질까?

삼성그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국내 경제가 망할 것이란 지적이 지나친 과장이자 기우가 아닐까 싶다. 이건희 회장 재판 당시에도 엄청난 우려가 제기됐지만 삼성그룹은 망하지 않았고 이후 건실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시쳇말로 '잘 나가고' 있다.

심지어 이재용 부회장이 옥살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액 61조원,영업이익 14조700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그룹은 오너가 분명한 그룹이기도 하지만 이미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있는 그룹이다. 총수 부재로 리더십 공백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공백을 보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잡혀있다. 빛나는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증시 전문가들도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가 일시적으로 투심을 악화시킬 수는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그룹의 실적과 업황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수긍이라도 한 듯 선고 이후 2~3일간 하락했던 삼성그룹주들도 30일 반등에 성공했다. 흔히 주가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공포를 반영한다고 한다. 총수 실형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잠시 흔들렸지만 삼성그룹의 양호한 실적 전망, 성장 기대감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죄가 있다면 벌을 받고 삼성그룹은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윤리경영,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를 통해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오너 리스크도 줄어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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