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식의 야드브리핑] “발주문의가 별로 없어요”

  • 송고 2017.08.31 10:19
  • 수정 2017.08.31 10:56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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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워낙 심각한 침체기를 겪었던 만큼 그래도 올해는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에요. 6월부터 발주문의도 뜸한데 이게 휴가시즌이라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아서 불안합니다.”

올해 초만 해도 조선업계는 글로벌 조선시장이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같은 기대감에는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발효, 황산화물 배출 규제 등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노후선 폐선 및 신조선박 발주에 대한 전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실적도 지난해보다는 크게 증가했다. 클락슨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업계는 83억5300만달러 규모의 선박 79척을 수주해 18억2600만달러(28척)에 그친 지난해 상반기와 확연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간 기준 2015년 한국 조선업계는 241억달러를 수주했으며 2014년에는 332억달러, 2013년에는 458억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하반기 수주실적이 상반기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연간 수주실적은 160억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다음달 예정됐던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발효가 글로벌 선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2년 유예됐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예정된 협약의 발효를 유예시킨 것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 협약의 발효 유예 결정이 글로벌 조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질적으로 선사들의 선박 발주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오는 2020년부터 강화되는 황산화물 등 환경오염물질의 배출규제다.

업계에서는 선박의 환경오염물질 배출규제 강화로 선사들이 최소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노후선박을 개조하기보다 선박가격이 바닥을 친 시점에서 신조선박 발주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선사들은 LNG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선박과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주는 스크러버(Scrubber)가 장착된 배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2020년부터 새로운 환경규제 기준에 맞춘 선박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선사들이 본격적인 선박 발주에 나선다는 신호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LNG 레디(LNG Ready)’ 옵션에 주목하고 있다. 이 옵션은 선박을 기존 벙커유로 운항하도록 건조하되 향후 LNG 연료탱크 및 관련설비를 선체에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이다. 척당 2000만달러의 추가비용을 들여 LNG추진 선박을 발주하기보다 향후 환경규제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BWTS(선박평형수처리설비) 의무화보다 오염물질 배출규제 강화가 예정대로 시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선사들이 선박평형수관리협약 유예를 요구하며 강조했던 시간 및 물리적인 한계라는 주장을 다시 꺼내들 경우 이미 협약 발효 유예라는 전례를 남기게 된 IMO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어요.”

선사들은 현재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조선소 중 약 30%가 연말이면 남아있는 선박의 건조와 인도를 마치고 멈춰 설 것이라는 클락슨의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선사들간 이합집산이 이뤄지며 중고선들이 싼값에 쏟아져 나오는 이상 선사들이 신조선박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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