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리더십 부재'에도 채용은 지켰다

  • 송고 2017.09.08 10:00
  • 수정 2017.09.07 17:56
  •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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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대기업 공채 시즌이다. 이번 하반기 공채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와 맞물려 얼어붙은 취업시장이 조금이라도 녹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삼성에게는 이번 공채의 의미가 남다르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삼성그룹'의 개념이 사라진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계열사별 채용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6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했으며 '삼성고시'라 불릴 정도로 인원이 대거 몰리는 직무적성검사(GSAT)는 10월 22일 동시에 실시된다. 채용 자체는 계열사별로 하지만 수험생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삼성은 지난 7월 평택 반도체 단지를 본격 가동하고 OLED 라인 투자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하반기 채용 규모도 예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월 일자리위원회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은 적극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협력사와 상생협력한다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해체로 삼성의 채용 인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이 일단은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이 향후 사라진 컨트롤타워 역할을 어떻게 대체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계열사별 독자 경영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삼성 내 계열사들은 여러가지 업무를 분담하고 또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때문에 각 계열사별들은 경영전략 관련 리포트를 작성하고도 보고할 곳이 없어져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옛 미전실의 역할을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에서 온전히 이어받기도 힘든 노릇이다. 미전실에서는 각 계열사로부터 모인 인력이 업무를 조정하고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이런 역할을 전자 또는 생명에 이전하려면 타 계열사의 업무를 잘 아는 인력을 새롭게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는 있지만 이는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장사업, 바이오산업 등에서는 굵직한 M&A나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위 리더십의 부재가 당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이 없다고 스마트폰이 안팔리거나 반도체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빅 픽처'를 구상하고, 실행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데 있다.

글로벌 시장에는 여전히 삼성이 추격해야 하거나 삼성을 추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하다. 꾸준히 미래를 준비한 이들 경쟁기업이 몇년 뒤 삼성을 제치고 저만치 앞서 나간다면 그때서야 후회해본들 때는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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