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 투기등급국가 투자확대 허용…자산운용 숨통 vs 감독해태 '논란'

  • 송고 2017.09.12 11:02
  • 수정 2017.09.12 18:13
  • 이나리 기자 (nallee8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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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하락 등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금감원, 위험관리 검토 주문

저금리와 부채시가평가제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에 나선 보험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이 현저히 낮은 해외 국책은행 외화예금 등 ‘초고위험’에도 베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당국은 최근 일부 보험사가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에 대한 투자허용 여부를 문의한데 대해 "문제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로 인한 역마진과 자산운용수익률 하락, 무엇보다도 IFRS17 확대 적용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보험사들에게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보험업계 한 임원은 "재무구조 안정화에 부담되는 요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에 투자하도록 허용한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면서 "자산운용의 안정성이 우려된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며, 만약 문제가 발생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이에 대한 감독책임을 배제한 체 보험사의 잘못만을 지적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12일 보험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한 생명보험사는 보험회사가 국가신용등급이 낮은 외국 국책은행에 외화예금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금감원에 질의했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업법 105조 제7호 및 보험업감독규정 등에 따라 예금취급기관에 외화예금 가입시 예금취급기관의 신용등급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신용등급이 낮은 외국 국책은행에 외화예금을 가입할 수 있다고 지난 6일 회신했다.

금감원의 해석에 따라 보험사들은 국가신용등급이 CCC(투기등급)인 경우라도 해당 국가의 국책은행에 외화예금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투자시 통상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곳에 투자해왔다.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업권의 특성상 안전성이 높고 원금 손실 우려가 적은 장기 국공채 등 안전자산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BBB-이하인 곳에 투자하려면 투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까다로운 절차와 보수적인 자산운용방식을 고수하던 보험사들이 '고위험·고수익'의 해외 투자처에도 적극 문을 두드리는 것은 저금리와 부채시가평가제도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다.

보험사는 저금리에 의한 금리역마진 확대와 부채시가평가제도에 의한 자본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운용수익률 제고와 요구자본 경감이라는 상충되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리스크를 경감시키면서도 수익률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장기 금리부자산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국내 장기 자산만으로는 이러한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위험가중자산비율을 높여가면서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화재의 위험가중자산비율은 43.67%로 위험가중자산은 1년 새 3조366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동부화재의 위험가중자산비율은 55.82%, 위험가중자산은 17조2031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2584억원 불었다.   

문제는 베네수엘라나 우크라이나 등 CCC(투기등급) 국가에 투자할 경우 리스크가 큰 만큼 RBC 신용리스크 위험 계수가 높아져 RBC 비율이 하락하는 등 재무건전성에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RBC비율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위험투자가 늘게 되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야마토생명의 경우 수익률 추구 목적으로 해외투자비중을 급격히 늘렸으나 위험관리가 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지난 2008년 파산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의 국영은행에 외화 예금을 하는 것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의 원칙 중 안정성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특히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의 투자위험 관리 역량이 부족한 편이므로 고위험 투자시 국가·시장·산업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정교한 모니터링 등 리스크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의 예금자보호 범위, 해당 국책은행의 건전성, 보험사 내부 위험관리 기준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진행해 자산운용과정에서 보험계약자 보호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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