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부작용?…'분양시장의 역습'

  • 송고 2017.09.12 12:47
  • 수정 2017.09.12 12:47
  •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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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한 달 후 가격하락 '찔끔', 다시 상승 조짐

공급대책 없는 '반쪽' 정책…'로또분양·청약과열'로 변질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견본주택 모습 ⓒ삼성물산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견본주택 모습 ⓒ삼성물산

8.2부동산대책 시행 한 달이 지나자 강력했던 후폭풍은 벌써부터 잠잠해지는 모양새다. 떨어지던 집값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강남 재건축 단지에는 이전에는 없던 '로또 분양' 논란과 함께 청약 돌풍이 불고 있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7월까지 3.22% 오른 서울 아파트값은 8월 이후 5주째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낙폭은 크지 않다. 8월부터 0.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1~7월 서울 아파트값이 누적 3.22% 오른 것에 비하면 사실상 '상승세가 멈췄다'는 데 의미가 있는 수준이다. 7월에만 0.99% 올라 7월 상승률의 15%도 만회하지 못했다.

강남4구 중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강동구는 8월부터 0.54% 하락했다. 하지만 7월에만 1.2% 오른 것을 감안하면 집값 안정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송파구는 재건축 이슈로 오히려 5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잠실5단지 50층 재건축 계획안이 사실상 통과되면서 1000만~2500만원 가격이 올라 송파구 집값 하락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성북구(0.13%)와 중구(0.12%) 같이 애초에 8.2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도 있고 강북구·광진구·동대문구·종로구, 강남권에서는 관악구와 영등포구 등이 8.2대책의 충격에서 벗어나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지역이다.

하지만 정부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는 "8.2대책 직전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 등이 대책 이후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되며 전국 주택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대책 직전 0.33%(주간 아파트가격 기준) 급등세에서 소폭 하락세로 전환되는 등 대책의 효과가 뚜렷하다"고 자평했다.

청약시장의 과열현상은 좀처럼 진정되고 있지 않다. 8.2대책 발표 후 첫 서울 분양이었던 '공덕 SK리더스뷰'는 계약 나흘만에 '완판'을 기록했고 첫 강남 분양이었던 '신반포센트럴자이'에는 98가구 모집에 1만6472명이 몰리며 평균 168대 1, 최고 51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청약 열기는 이번주 1순위 청약접수를 받는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와 견본주택을 오픈하는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입김으로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며 '로또 분양'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59㎡A형은 올해 최고 12억3900만원에 거래돼 최고 분양가보다 2억원이 올랐다. 3.3㎡당 매매가는 5000만원을 넘어서 5061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59㎡형 3.3㎡당 분양가는 4114만~4337만원으로 현재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 보다 700만~900만원이 저렴한 수준이다.

강남 부동산시장에서는 자금력을 갖춘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포동의 A부동산 관계자는 "자금력을 갖춘 실수요자들의 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결과"라며 "다주택자 양도세를 내더라도 자산가들에게는 큰 제약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투자가치가 높은 강남 재건축 단지에 청약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시장 불안을 나타내는 지역에는 더 강한 규제를 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도입이 예정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에 이어 최후의 카드인 보유세 인상도 점쳐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열은 결국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 나오는 현상"이라며 "강남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해결해 주지 못한 채 억누르려고만 한 상황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공급에 대한 해결책 없이 보유세 인상 등 추가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 놓는다면 어떠한 시장의 반발을 불러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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