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보호무역 파도 '해외투자'로 넘는다

  • 송고 2017.09.18 15:36
  • 수정 2017.09.18 15:40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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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철강수요 증가세로 '철강 빅4' 투자 러쉬

가격 경쟁력 리스크 우려…"지속적 물량 확보해야"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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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국내에서 철강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두고 투자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태국에 공장을 설립할 당시 이같이 언급했다. 실제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파도를 피해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 대한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18일 동남아철강협회(SEAIS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의 지난해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12.8% 증가한 7800만t이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베트남은 2200만t을 기록 전년 대비 20% 급증했다.

베트남은 철강제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최근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철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입량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의 철강 수입국가 중 3위로 올해 상반기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대비 36% 가량 증가한 5억9200만달러로 나타났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모두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수요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5월 베트남 기업인 피코(FICO) 등 현지 3개 고객사와 향후 1년간 총 5만t의 형강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수입산 H형강의 증대로 국내에서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에 자동차강판 등을 공급하는 해외 스틸서비스센터(SSC)를 현재 13곳에서 2020년까지 16곳 확보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현재 멕시코, 태국, 인도에 각각 1곳씩 보유 중인 해외 철강가공센터를 늘릴 방침이다. 가전업체에 공급하는 컬러강판을 가공 및 생산하는 곳으로 베트남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베트남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공장 증설을 위해 약 2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2020년까지 소비자가전 복합단지인 사이공하이테크파크를 조성하는 데 5억60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2015년 베트남 하이퐁시에 건설한 공장에서 세탁기, TV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도 베트남에 투자를 진행 중으로 2028년까지 총 15억달러 투자계획을 세웠다.

이미 포스코는 베트남에 철강관련 법인 6곳을 운영 중으로 LG전자 등에 철강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베트남 남부지역에 연산 7만5000t급 강관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세아제강은 베트남에 강관공장 2개를 보유하고 있다. 구조용 강관과 에너지용 강관을 주로 생산하는 'SeAH Steel Vina Corp.(SSV)'와 소구경 강관 및 범용제품 등을 생산하는 '베트남 스틸파이프'다.

특히 SSV는 연산 23만t 규모로 지난해 매출액 967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을 올렸다. 이는 해외 12개 법인 중 매출 3위, 영업이익 1위다. 세아제강이 베트남에 신규투자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세아제강 측은 "베트남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철강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배경을 밝혔다.

다만 현지투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피해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 컬러강판의 경우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현지 및 중국업체들의 저가 철강재를 구매를 늘리고 있어 리스크가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의 제품을 쓰더라도 가격인하 압박이 거세다"며 "현지의 물량만 보고 법인을 설립했다가는 적자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의 경우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수입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현지에서의 지속적인 물량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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