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영' 선포한 신세계 정용진…'탄식'하는 유통株

  • 송고 2017.09.28 11:05
  • 수정 2017.09.28 11:35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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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매출감소 대비한 생존전략 수립 강조…사업·재무 구조조정 필요 언급

모바일쇼핑몰, 오프라인 매장, 차별화된 플래그십숍 등 다양한 유통채널 출현

내수경기 회복마저 어려운 가운데 정부 규제강화 기조에 생존 갈림길에 직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지금부터 미리미리 비효율 자산을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향후 위기가 닥쳤을 때 진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유통기업 대표주자인 신세계그룹이 생존경영을 선포하면서 그 여파가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분위기다. 대표기업까지 생존경영을 키워드로 내세울 만큼 유통업종 전반이 생존 갈림길에 서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유통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내수경기마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유통업계의 탄식이 나온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유통주의 흐름도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각 계열사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매출 30%가 줄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위기 경영 전략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유통규제 강화와 사드배치로 인한 해외매장 철수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따라 미리 대비책을 세우라는 지시다.

같은 맥락에서 사전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부터 미리미리 비효율 자산을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향후 위기가 닥쳤을 때 진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신세계는 '선택과 집중'에 돌입한 상태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 13일 보유하고 있던 코스트코 지분 3.3%와 코스트코 서울 양평점과 대구점, 대전점 등 3개 점포가 입점된 이마트 소유의 부동산 등 관련 자산을 일괄 매각했다.

이같은 위기 대비책 마련 시도는 정부의 고강도 유통 규제정책 기조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매출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내수경기 회복마저 어려워져 유통업계는 생존의 갈림길에 들어선 상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불기 시작한 대기업 개혁 바람은 유통주의 주요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 점포에 대한 영업일수 규제 강화 기조는 유통기업에 정책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대형점포의 의무휴업뿐 아니라 면세점 영업시간 규제, 대형점포 출점 제한 같은 규제책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강경한 규제안이 거론되자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유통업종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오프라인(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기업형 수퍼) 유통업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온라인은 13.6% 성장했다. 현재 유통업계 전체 매출 비중의 35%가 온라인 업체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불기 시작한 대기업 개혁 바람은 유통주의 주요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 점포에 대한 영업일수 규제 강화 기조는 유통기업에 정책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불기 시작한 대기업 개혁 바람은 유통주의 주요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 점포에 대한 영업일수 규제 강화 기조는 유통기업에 정책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 업종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7일 현재(종가기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유통기업 18곳 중 15곳이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중 SPC삼립(-39%)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이는 살충제 계란 사태, 고용노동부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에 대한 불법 파견 판정 여파 영향으로 풀이됐다. 이외 GS리테일(-38%), BGF리테일(-29%), 롯데제과(-22%)의 하락폭이 컸다.

아울러 내수 부진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조치 등이 이들 유통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가 주목하고 있는 소비 회복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소비심리와 내수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소비지표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어서다.

근본적인 소비침체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의 소비여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들어 소비심리가 나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호조 등 긍정적인 자산효과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자산효과가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되고 있다.

이는 가계의 소비여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7.7로 전월(109.9)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두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북핵 실험 등 지정학적 위기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에 따른 불안감 확산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가계 상황도 안갯속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살펴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3만원이고, 가계지출은 350만원으로 월평균 잉여액은 73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지출 중 소비지출은 269만원이고, 비소비지출(경상조세, 비경상조세, 연금, 사회보장 등 )은 81만원이다. 소비지출 항목 중 비중이 큰 것 순으로 분류하면 교육비(16.7%, 소비지출 중 비중), 식료품비(13.0%), 음식숙박비(12.6%), 교통(10.8%), 주거 및 수도 광열비(9.3%) 순이다.

1400조원대의 가계신용을 고려하면 가구당 1억원 이상의 가계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은 300~400만원이고, 월간으로는 25~33만원이다. 추가적인 사교육비까지 합산하면 실제 흑자 가계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결론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성장과 저출산,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현재 소비시장 환경도 걱정되지만 소비심리 개선이 유통업체들의 매출액 개선으로 연동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유통업체들의 위기경영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유통 업종 이익 기대치가 하향세”라며 “주요 업체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홈쇼핑이 7.6% 증가했으나 백화점과 마트는 각각 6.0%, 6.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3분기 백화점 업태의 기존점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백화점이 업체별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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