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엑소더스-3] 디스플레이·배터리업계 인증 투자 지연 속출

  • 송고 2017.10.03 06:00
  • 수정 2017.10.02 11:08
  •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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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정국에 정부도 LGD 투자 신중모드 돌입…업계 "예정대로 진행될 것"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빅3' 입지 흔들

LG디스플레이 파주 단지 전경. ⓒLGD

LG디스플레이 파주 단지 전경. ⓒLGD

한국 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이른바 ‘중국의 사드 보복’은 갈수록 심화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로 사드 배치를 증강할 조짐이다. 중국은 이를 빌미삼아 경제·산업·무역 분야에서 다각도로 우리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 요인이다. 중국 사업을 철수하거나 현지 투자를 보류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체질개선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산업계 영향 및 대응방안을 7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LGD, 중국 OLED 공장 착공 예정대로 가능할까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에 진출한 혹은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현지 투자를 추진하던 기업들도 각종 프로젝트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상태다.

수출 효자 종목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중국 시장 경쟁력 확보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정부가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제조사들의 중국내 신규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다.

대표적인 예가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중국 투자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기업들이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중국에 최첨단 공장을 짓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LGD는 최근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OLED 신공장을 짓기로 하고 중국 당국과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신공장의 생산능력은 월 60K나 월 90K 둘 중 하나로 정해질 예정으로 최대 약 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생산라인 신축 등 중국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기존 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게 된 것.

LGD 입장에서는 정부의 승인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세계 OLED TV 시장이 성장하면서수요에 대응해야 하는데 파주 등 국내 사업장에는 부지가 없고 중국 정부의 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이 중국에 진출한 뒤 BOE 등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해 LCD 시장을 빼앗겼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OLED는 중국 진출 전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의 경영상 판단에 정부가 제동을 걸 근거가 충분치 않아, 업계는 LG디스플레이의 신규 공장 건설이 결국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전날 디스스플레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라고 안전하리란 보장이 없다"며 속내를 나타냈다.

중국 8.5세대 OLED는 P10 10.5세대 OLED가 자리잡을 때가지의 과도기를 버텨줄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8.5세대 OLED 투자는 단기와 미래 OLED 수요를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 생각해낸 묘수"라며 "투자비와 인건비 절감도 동반되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LGD 대형 LCD 패널 출하량 중 중국 업체들의 물량이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가 무산되면 중국 당국의 추가 보복이 단행될 수 있다.

'쉽지 않은' 중국 진출…배터리 업계 "공장 가동에도 비상"

전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업계도 전기차 시장 개화에 대비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대표 주자들은 앞 다퉈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개척에 나섰지만 중국 정부의 강한 견제에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G화학, 삼성SDI 삼원계 배터리는 지난해 6월 중국 정부의 4차 인증에서 탈락했다. 이들 업체는 5차 배터리 기준 인증을 준비하고 있지만, 사드 여파와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업체에 대한 견제로 인증 획득 가능성이 낮다고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달 초에도 중국 공업화신식부(공신부)는 친환경자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95개사 273개의 차종을 선정했지만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이후부터 총 8차례 한국산 배터리를 채용한 친환경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것.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에 대해 노골적인 견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거듭하면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중국 공장 가동에도 비상이 걸렸다.

LG화학의 난징 배터리 공장은 지난해 1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삼성SDI의 시안 배터리 공장의 올해 1분기 가동률도 10%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의 베이징 공장은 지난 1월부터 가동이 중지된 상태이다.

결국 이들 업체는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느끼고 북미·유럽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을 건설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삼성SDI도 헝가리에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유럽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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