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살 의심' 보험사가 입증못하면 보험금 지급해야"

  • 송고 2017.10.06 09:36
  • 수정 2017.10.06 09:36
  • 이나리 기자 (nallee87@ebn.co.kr)
  • url
    복사

추락사한 가입자 유족에 4억4000만원 지급 거부…소송 패소

법원 "보험사, 지급 면하려면 '고의 발생 사고' 입증해야"

#. 지난해 6월 새벽 4시 40분경 두 자녀와 아내가 있는 이모씨가 근무하던 회사 건물 6층 비상계단에서 추락해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 등 거대한 외력이 가해지는 경우 발생하는 ‘다발성 손상’. 유가족이 된 아내와 자녀들은 다음 달 이씨가 6년 전부터 계약을 맺어온 M보험회사에 보험금을 달라고 청구했다. 총 4개 계약을 통해 이씨의 사망으로 가족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4억 400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M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유족들은 M보험회사가 '우연한 사고가 아닌 자살이기 때문에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아니다'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보험금 4억4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M화재해상은 사고 당시 비상계단 철제 난간에서 동그란 모양으로 묶인 채 발견된 노끈에서 A씨의 유전자가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설민수 부장판사)는 숨진 A씨의 유족이 M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가족들에게 총 4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노끈을 묶었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노끈을 이용해 자살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A씨가 더 강한 신체적 충격을 감수하고 추락하는 방식으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A씨가 사고 전날 딸과 통화하며 가족여행을 가자고 말한 점, 경제적으로 곤궁하거나 정신 질환을 앓지 않았으며 유서를 남기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려면 사고가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