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와 규제 그리고 수사"…유통 빅3 발목잡는 '3적'

  • 송고 2017.10.18 16:30
  • 수정 2017.10.18 17:08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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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사드, 안에서는 규제와 수사

롯데·신세계·CJ '위축'…탈출구 안 보여

롯데, 신세계, CJ 등 대한민국 온오프라인 유통산업을 대표하는 유통 빅3가 국내·외에서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후폭풍에 휘말려 중국관련 사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내부에서도 정부 및 사법당국의 규제와 압박으로 기지개를 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유통 빅3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만반의 대응태세를 구축하고 있지만 산적한 문제 대부분이 정치적 현안이란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유통 빅3가 곤혹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는 이유다.

◆눈물 머금고 "중국은 버려라"

중국 소재 이마트(왼쪽)와 롯데마트.ⓒ이마트·롯데마트

중국 소재 이마트(왼쪽)와 롯데마트.ⓒ이마트·롯데마트

중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산업구조와 밀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상 한국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이 때문에 올해 2월부터 본격화 된 중국의 사드 보복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악화 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통 3사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 맏형인 롯데와 신세계는 중국 마트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경우 이미 현지에서 적자가 누적되는 등 출혈경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사드 여파 장기화로 인건비와 유지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안을 내보려 해도 이마저 여의치 않다.

우선 롯데는 중국점포 매각부터 꼬이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의 구미에 맞는 인수자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드부지 제공으로 롯데에 앙심을 품은 중국당국이 매각이 원활토록 그냥 놔둘 리도 없다.

실제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투자자는 있으나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된 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그동안 중국 내 영업망을 갖추는 데 1조5000억원가량을 들였다. 장부가액은 8000억원가량이다. 물론 헐값매각은 롯데 측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다만 매출은 나오지 않는데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지출되고 있다. 롯데는 이대로 시간을 끌 경우 매물 가치 하락은 물론 투자액을 웃도는 피해액도 감수해야 한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6개 매장중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한 곳도 매입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느냐다. 현재 이마트는 중국시장 대안으로 몽골 및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매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만큼의 매출이나 시장 안착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CJ그룹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국 진출의 성공적 사례로 손꼽히는 만큼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는 롯데나 신세계보다는 적다. 다만 CJ그룹도 CJ오쇼핑 및 CJ대한통운 등 일부 계열사들의 중국사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

◆규제와 수사 "숨 막힌다"

사법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EBN

사법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EBN

국내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3사 모두 정부 규제 내지 사법당국 수사에 발목이 잡혀 운신의 폭이 좁다. 중국에 의한 사드 보복은 신시장·사업 발굴이라는 대안이라도 낼 수 있으나 정치적 문제는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역시 롯데다. 롯데는 당장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강화 및 중국 신사업 구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정치권까지 신 회장을 적폐청산의 타겟으로 삼고 있어 경영현안에 집중할 여건이 못 된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 총수 일가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달에만 네 차례의 공판을 연 후 오는 3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형량과 신 회장 측의 최후변론을 청취하고 12월 중에는 최종선고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공세에도 대응해야 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고도제한 문제와 관련해 부당한 청탁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조사를 요구 중이다. 적폐 청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추후 관련 건을 놓고 검찰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그룹은 정부의 골목상권 규제 리스트 1순위에 올라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고양은 공휴일이면 의무적으로 휴업을 해야 한다.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이마트24도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의 청원으로 정치권에서 규제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마트24 중심의 편의점 사업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강력히 밀고 있는 부문이다.

정부의 애매모호한 골목상권 규제 기준에 최근 불만을 표출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그룹

정부의 애매모호한 골목상권 규제 기준에 최근 불만을 표출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그룹

사실상 종합쇼핑몰임에도 가구 등 특수매장으로 분류돼 정부의 규제를 피하게 된 이케아 및 다이소 등 외국업체들만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쉬라면 쉬겠는데 이케아는 왜 안 쉬느냐"라며 애매모호한 규제 기준에 일침을 놓은 바 있다.

CJ그룹은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침에 따라 파견직 직접고용으로 인한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 사업 특성상 파견직원이 많은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보다 비용 부담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계열사인 CJ푸드빌은 뚜레쥬르라는 제빵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제빵사를 뚜레쥬르 가맹점이 고용하거나 파견직 제빵사의 인사관리를 본사에서 실시한 정황이 드러나면 규제 대상이 된다.

CJ그룹은 이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가기 위해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지난 7월 3000여명의 파견직원을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빵사 고용의 경우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않거나 골목상권 규제 같이 애매한 기준으로 성급히 정책을 실시하면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라며 "큰 틀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골목상권 보호 방침에 동의하지만 시행은 업계와 대화하면서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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