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유통도 골치 아픈데 비(非)유통까지"

  • 송고 2017.10.23 14:30
  • 수정 2017.10.24 08:57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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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부문 리더십 부재, 관광·서비스 부문 실적 위기

금융도 정리 가능성 커…몸 열개도 부족한 롯데그룹측

자료사진.ⓒEBN

자료사진.ⓒEBN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이 총체적 난국이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 부문은 올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는 실정이다.

비(非)유통부문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

화학 부문의 경우 리더십 부재 위기에 봉착했고, 금융 부문은 지주회사 전환으로 인한 법적제약에 따라 필요하면 정리해야 할 상황이다. 유통업과 직간접 연관된 나머지 계열사들도 사드의 영향권에 있다.

유통 부문 출혈경쟁 및 사드사태 장기화로 비유통 부문의 힘이 절실한 때이나, 중심을 잡아줄 신동빈 회장마저 총수일가 비리에 연루되면서 재판 일정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롯데그룹이 총체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이유다.

◆"비유통 너마저"
과거 신격호 총괄회장이 유통 중심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선호했던 것과 달리 신 회장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 경영행보를 보인다.

현재는 건설과 더불어 그룹 매출의 25%가량을 책임지는 화학 부문도 신 회장이 그룹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크게 공을 들이는 분야다. 지난 2016년 삼성그룹 소유였던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과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현 롯데첨단소재)을 인수해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화학 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인수·합병(M&A) 과정은 물론 이후 화학 부문 실적 승승장구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허수영 화학BU장이 사법당국의 철퇴를 맞을 위기다.

검찰은 최근 허위 회계자료를 근거로 정부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돌려받은 혐의로 허 BU장에게 징역 9년과 벌금 466억여원을 구형했다. 만약 오는 11월 말 선고공판에서 허 BU장에게 실형이라도 선고되면 향후 투자 여부가 불투명해져 잘 나가던 롯데그룹 화학사업은 '올스톱' 될 수 있다.

금융 계열사들의 존폐 여부도 비유통 부문을 중시하는 신 회장에게는 주요 관심사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12일 지주사 출범식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롯데그룹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12일 지주사 출범식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롯데그룹

롯데그룹은 최근 지주사 전환으로 롯데카드 및 롯데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금융자본과 비금융자본은 서로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규정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이번에 롯데지주를 출범하면서 산하에 금융계열사 8곳을 편입시켰다. 이후 정치권에서 법 개정이 이뤄져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되면 다행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8곳을 어떻게든 처분해야 한다. 롯데그룹 측은 중간금융지주사 허용이 되지 않으면 매각이나 M&A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다는 방침이다.

화학·건설에 이어 매출규모로는 그룹 내 세번째인 관광·서비스 부문은 유통 부문이 받은 사드 타격을 그대로 받았다.

롯데호텔 및 롯데면세점, 롯데시네마 등의 관련 계열사는 사업 특성상 유통 부문과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유통 부문이 중국인 소비자 및 관광객 급감으로 타격을 받으면 똑같이 피해를 보는 구조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올 상반기 7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수치다.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비슷한 이유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측도 감당 여력 없어

유통은 물론 비유통 계열사들까지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현재 그룹 측은 이를 감당해야 할 여력이 부족하다.

지주사 전환은 했으나 현행법을 충족하기 위한 지분 정리 등 마무리작업이 남아 있는 데다, 신 회장도 재판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당장 6개월 안으로 신규 순환출자 고리 13개를 없애야 한다. 2년 안으로는 상장사 20% 이상 및 비상장사 40% 이상이라는 자회사 지분율 규정을 맞춰야 한다.

사실상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일본기업과 호텔롯데와의 지분관계도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호텔롯데 지분 정리를 위해서는 상장부터 해야 하는데 사드 여파로 시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EBN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EBN

무엇보다도 롯데그룹을 힘들게 하는 것은 총수 문제다.

현재 신 회장은 총수일가 급여 부당지급 및 롯데피에스넷 관련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12월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이 실형이라도 받게 되면 그룹 관련 모든 현안이 중지되거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실형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기간의 조사는 피할 수 없는 만큼 경영현안에 신경쓸 수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라며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드 이미지도 더욱 추락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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