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뀌는 하이투자…엄습하는 불안감 왜?

  • 송고 2017.11.13 11:26
  • 수정 2017.11.13 11:27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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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협상 내용 비공개에 노조 “5년 고용보장·단협승계 약속하라” 주장

일각, 영업점 축소 확산…DGB금융, 대구 증권센터 설립 나설지 주목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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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9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이 9년 만에 다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증권계열사가 없는 DGB금융지주에 인수됨에 따라 타 증권사나 비금융기업에 인수되는 것보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계약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수의계약이라는 점에서 하이투자 노조는 고용보장 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하이투자증권지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노조와 합의 없는 매각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선 지난 8일 DGB금융지주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 지분 85.32%를 45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DGB금융지주의 인수가 하이투자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결론이라는 분석이다.

타 증권사로 인수될 경우 중복되는 업무나 지점에 대한 통폐합이 불가피하며 비금융사로 인수되는 것도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기대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대구은행이 주력인 DGB금융지주는 증권사가 없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하이투자로서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이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Private Deal)으로 이뤄져 계약내용이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하이투자 노조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고용안정에 관한 것이다.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 전신인 CJ투자증권을 인수하며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5년 고용보장과 함께 단협승계, 현대중공업 계열사로서 유지됐던 지원의 지속을 요구했다.

박정현 노조위원장은 “이번 하이투자 매각과 관련해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DGB금융지주 측에서도 어떠한 연락을 받은 바 없고 계약내용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며 “최근 3년여간 200여명의 직원을 떠나보낸 상황에서 DGB금융지주의 인수를 이유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불안감은 울산, 목포 등에 위치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더 높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지적이다.

이들 지점은 현대중공업 인수 당시 조선소의 필요에 따라 설립됐기 때문에 주인이 바뀐 이후에는 DGB금융지주의 필요에 따라 재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사측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은 없으며 노조 측의 경계가 다소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됐던 인력감축은 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희망퇴직이므로 노조에서도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울산이나 목포에 있는 지점도 해당 지역에 있는 고객들의 수요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산화 등으로 인해 증권업계가 전체적으로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투자 역시 새 주인을 맞는 것과 별개로 구조조정 바람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직접 고객을 만나 상담을 하던 방식에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증권사 영업점들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업계는 직원이 몇 안 되는 지점이 좀 더 큰 지점으로 통합되고 대형지점에 업무가 집중되는 ‘센터’가 출현하는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며 “DGB금융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함에 따라 대구에 대형 증권센터를 세우고 인근 지역의 지점을 줄이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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