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발급? 인력감축 먼저”..산은, STX조선에 자구안부터 요구

  • 송고 2017.11.16 14:51
  • 수정 2017.11.16 18:45
  • 김지웅 기자 (jiwo6565@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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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인력 줄이고 임금 동결해라" RG발급 조건 제시

STX조선 노조 "지난해 1000명 이상 떠나…일자리 지켜달라"

지난달 30일 서울 산업은행 본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한 STX조선 노조가 상경집회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EBN

지난달 30일 서울 산업은행 본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한 STX조선 노조가 상경집회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EBN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이 늦어져 수주 취소 위기에 처한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으로부터 RG 발급 조건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동결을 제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발급 기한이 불과 일주일 남짓한 상황에서 마음이 급한 STX조선의 근로자들은 수주계약 보다는 인력감축을 우선시하는 채권단의 행태에 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STX조선 노조는 지난해 1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일터를 떠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력 구조조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RG발급 조건으로 인력 구조조정 및 임금동결이 담긴 자구계획안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와 산업은행을 방문하는 서울 상경집회를 실시했으며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구조조정부문장) 등 관계자를 만나 RG발급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STX조선 노조는 "산업은행 부행장 등 관계자들에게 RG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산업은행은 이 자리에서 노조에게 인력감축과 임금동결이 담긴 자구계획안이 제출돼야만 RG발급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RG발급에 대한 확답을 피하며 STX조선이 간접비를 더 줄여야만 RG를 발급해줄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STX조선은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모두 줄인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비용 감축은 사실상 현재 남아있는 직원들의 추가 감축을 의미한다.

STX조선은 지난 2015년 말 2508명에서 지난해 말 1474명으로 1034명의 인력이 줄었고 현재 선박 건조에 투입 가능한 근로자는 74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STX조선은 오는 23일 그리스 오션골드(OceanGold)로부터 수주한 5만1000DWT급 MR탱커 4척에 대한 RG발급과 그리스 판테온탱커스(Pantheon Tankers)에 수주한 5만DWT급 MR탱커 6척에 대한 RG발급을 24일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지 못할 경우 최대 10척의 수주계약이 취소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RG발급에 대한 확답을 피하던 산은이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계획안 제출을 요구한 것은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 앞서 STX노조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달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상경집회에 나설 때만 해도 산은은 "RG발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는 정부의 뜻이 반영돼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STX조선 노조는 "작년 한해에만 1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조선소 일터를 떠났다. 생산직 근로자가 740명 정도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인력을 감축하게 되면 선박 건조는 물론 안전상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조경험이 풍부한 숙련공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그 자리는 비정규직 근로자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건조일정은 늦춰지게 되며 안전 문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특히 "정부는 조선업을 기간산업이라고 말하고,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지만 중형조선소에 대한 산업정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기존 근로자들의 일자리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가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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