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수도권 역전세난

  • 송고 2017.11.24 18:03
  • 수정 2017.11.24 18:03
  • 서호원 기자 (cydas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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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전국 입주 예정 5만2560가구 중 경기도 2만4821가구 '봇물'

대출규제 강화·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역전세난 '경고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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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후 7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김형진(가명) 씨는 요즘 생애 첫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은커녕 걱정만 산더미다. 계약한 아파트 대금의 잔금치 시기를 얼마 남지 않은 전세계약 만료일로 정했는데 집주인이 도무지 전세가 나가지 않는다며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만 해서다. 김 씨는 이러다 잔금을 못 치러 이사도 못 가고 집이 날라가는 것 아닌가 매일매일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입주물량 과잉까지 겹치면서 역전세난 공포가 재차 엄습하고 있다.

역전세난이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단기간 대량으로 쏟아져 수요자보다 공급물량이 초과하게 되고, 자연스레 전세가가 하락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전셋값 하락, 급매물 증가, 매매가 하락 순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 역전세난이 발생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24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달 전국 입주물량(5만2560가구)의 47%(2만4821가구)가 경기도에 집중됐다. 올해 월간 경기도 입주물량 중 가장 많은 물량이며 작년 동월(1만637가구)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경기도에 12만8000여 가구가 입주하며 곳곳에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한번에 입주물량이 쏟아졌던 경기 화성·수원·용인시와 경남, 충남 등은 전셋값 하락이 계속됐다. 내년 역시 경기도의 입주 예정 물량이 많아 아파트 가격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나 결국 넘치는 공급에 역전세난 문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론이다.

서울은 8.2대책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반면 입주물량이 많은 경기남부와 일부 지방은 역전세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입주폭탄, 대출규제 강화와 더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이중 매도·매수자의 눈치보기로 아파트 거래도 위축돼 일부 지역은 쌓인 입주물량을 해소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물량을 살펴보면 수도권은 경기도에 2만4821가구의 입주물량이 집중됐다. 경기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리버에일린의뜰' 439가구, 경기 평택시 동삭동 '자이더익스프레스1차' 998가구 등이 입주를 준비 중이다.

올해 입주 아파트가 귀했던 가평군, 안성시에서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가평군 청평면 '이안지안스청평' 243가구, 안성시 가사동 '안성푸르지오' 75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인천은 서구 가좌동 '인천가좌두산위브' 1757가구 등 총 6707가구가 입주한다. 서울은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더샵(홍은12구역을 재개발)' 552가구가 유일하다.

지방은 충남(3519가구)의 입주물량이 가장 많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 '천안불당지웰시티푸르지오(4·5BL)' 775가구, 충남 예산군 삽교읍 '내포신도시EGthe1(RM7-1BL)' 892가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경남 2739가구 △충북 2331가구 △전북 1721가구 △광주 1673가구 △경북 1664가구 △강원 1512가구 △전남 1316가구 △대전 1176가구 △울산 857가구 △부산 714가구 △제주 596가구 △세종 366가구 △대구 296가구 순이다.

특히 입주 물량이 많은 동탄과 평택의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동탄(-0.26%), 평택(-0.17%) 등의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졌다. 동탄은 계속 되는 신규 아파트 입주탓에 기존 동탄신도시 아파트 전셋값 하락폭이 크다. 반송동 나루마을월드메르디앙, 반도보라빌1차가 2000만~3000만원 하락했다. 평택은 전세거래 부진으로 전셋값이 떨어졌다.

동탄신도시 S부동산 관계자는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진데다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전셋값이 주변 시세보다 대폭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평택 인근 Y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신규단지들의 입주가 잇따라 예정돼 있지만 실수요 및 투자수요의 유입은 없다"며 "이곳 내부수요만 움직이면서 거래 가뭄으로 인한 가격 하향 압박이 심하다"고 전했다.

입주 물량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인근 전셋값도 하락해 역전세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전셋값의 기세가 꺾여 역전세난의 기미가 보이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며 "예년에 비해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올해와 내후년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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