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그룹 노사 시그널 '엇박자'...경영진 '타협' vs 노조 '강경'

  • 송고 2017.12.06 15:28
  • 수정 2017.12.06 15:29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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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은행·카드 노조 '윤종규 퇴진하라' 요구 집회 지속

KB금융지주 "왜 명분이 회장까지 연결되나…받아들일 수 없다"

노사갈등 장기화시 '평판리스크' 악영향 우려

이경 KB국민카드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근로감독 신청서,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EBN

이경 KB국민카드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근로감독 신청서,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EBN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의 노사간 충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측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2기 경영체제가 무사히 진수(進水)될 수 있도록 노조와의 타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노조측은 '윤종규 퇴진'이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하는 등 강경투쟁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노사 양측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 양상으로 흘러 향후 경영상의 휴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KB국민카드 노조는 "KB국민카드는 2017년 1월 일방적으로 신입 사원의 초임을 약 10% 가량 삭감했다"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KB국민카드가 채용 과정에서는 신입사원에게 기존 직원 연봉으로 안내했다가 입사 후 연수 과정에 들어서자 기존 직원 대비 10% 초임을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행위라는 논지다.

KB국민은행 노조 또한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1차 윤종규 회장 퇴진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셀프연임으로 자리를 차지한 윤 회장은 올해 안에 스스로 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KB금융그룹 각 사는 노조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는 데도 이 같은 일관된 '퇴진 요구' 일성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노조와의 대화와 노사협의회도 합의점을 찾아가기 위해 지속 진행하고 있는데 왜 (집회 목적이) 회장까지 연결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노조의 명분은 잘 모르겠지만 회장이 그룹의 대표다 보니 그런 측면(상징성)에서 부합하지 않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에 노조가 사전공고와 달리 말을 바꿔 신입사원의 임금을 삭감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채용 전에 구체적인 근로조건, 급여조건을 언급해서 채용한 케이스가 없다"고 노조의 주장에 반박했다.

윤 회장은 2014년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간 갈등으로 빚어진 KB 사태로 만신창이가 됐던 KB조직을 조기에 수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한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익으로 신한금융을 앞지르면서 9년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또한 윤 회장은 연임 후 노조와의 갈등에 대해 "여러 부분 잡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차츰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며 "끊임 없이 대화해 상생 파트너로 나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윤 회장의 퇴진을 요구 강도가 높아질수록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내부의 비판도 커지는 모습이다. 사측이 '윤 회장 퇴진'이라는 패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은 줄곧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 이는 모든 직원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대목이다.

KB노조가 윤 회장 퇴진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노조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KB 노조간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매몰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B노협은 7개 계열사 노조들이 뭉쳐 만들어졌다.

노조와 사측의 '파워게임'이 뚜렷해지는 모습도 포착된다. KB손해보험은 자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자질 및 역량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에 나섰다. 조합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자사 전 임원진에 대한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사측은 임원들에 대한 평가는 경영진 등 사측에 대한 압박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에서 실시하는 임원평가는 직원들의 전체 정서를 담은 평가물로 주로 사측 및 임원진에 대한 암묵적인 압박 수단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사협의회에서 '노'가 얻어간 성과도 적지 않다.

KB국민은행의 2017년도 2분기 노사협의회 주요합의 사항을 보면 △특별보로금 300% 지급 △특별보로금과 별도로 리브메이트 100만 포인트 충전 △인생설계지원 △경조금 50만원 신설 △초/중/고 졸업기념품 10만원 △임차보증금 최고 한도 인상 △준정년특별퇴직 확대 △임직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폐지 △전문직무직원에 한해 매년 S직군 / 무기계약직 전환 기회 부여 등이 있다.

KB국민카드 노동조합도 지난 1일자로 2016년도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월기본급 100%와 리브메이트 포인트 50만원 상당을 받았다. 2016년도 PS는 당기 순이익의 2%인 월 기본급 107%다.

이처럼 사측과 협의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올렸음에도 노측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면 타협책을 찾는 과정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화된 노사갈등은 결국 KB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해외 현지금융당국은 인허가를 내줄 때 주요 평가요소로 '평판리스크'를 본다. 노사갈등으로 인한 브랜드가치 하락은 해외진출 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노조가 경영책임은 없는데 간섭만 한다면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며 "해외 진출시에도 인허가 조건에 현지화 및 현지인 채용과 더불어 정성적인 요인으로 평판을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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