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의 금융통발]가상화폐 과세, 법·제도정비의 '시작'

  • 송고 2017.12.18 11:18
  • 수정 2017.12.18 16:43
  •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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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금융팀장/경제부ⓒEBN

김지성 금융팀장/경제부ⓒEBN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세청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과세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과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어떤 세금을 매길 수 있을지를 우선 검토하고, 법령개정과 제도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상화폐 과세의 쟁점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일반 재화로 볼 것 인지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 놓았다.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이 아니라는 입장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부가가치세는 적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과세에 있어서 양도차익에 대한 부분이 주목대상이 됐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가 과열되고 있어서다.
과세당국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가상화폐의 성격에 대한 정의 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여서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서는 '과세 검토'를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이다. 전제 조건이 있다. 가상화폐 거래의 법적 인정이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었야 한다는 것은 불변"이라면서 "다만 암호화폐를 현재처럼 불법시하고 경원시하면서 과세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국세청은 비트코인 자산이어서 과세해야 한다고 하고 같은 날 금융위는 암호화폐가 자산이 아니라고 했다"며 "불일치가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는 이처럼 양날의 검이다. 비트코인 열풍 속에 수십조원의 돈이 유입되는 가상화폐 거래에 '과세'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이다. 과세 방법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과세'를 하겠다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정순섭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규제가 작동되지 않으면 '입법의 불비'라는 말을 하게 된다"며 "규제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부처에서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걱정하는 것은 법률상 인정이 "오해를 통한 투기적 거래의 활성화"를 조장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정 교수도 "가상통화를 '법률상 인정된 상품'으로 받아들여 투기적 거래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가상화폐는 아직까지 정의되지 않은 실체없는 그 무엇이다. 하루에도 수조원의 거래가 한국사회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마치 투명인간처럼 사회제도적인 실체의 테두리 안에서 잡히지는 않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주장과 주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엇갈리고 있다.

해답은 없지만 경제학에서 이 같이 여러 가능성들과 가설들이 분분할 때 떠올리는 조언이 있다. '오컴의 면도날'이다. 여러 가설이 있을 때에는 가정의 개수가 가장 적은 가설을 채택해야 하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않은 것을 사유의 면도날로 다 잘라내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사실 또는 현상에 대한 설명들 가운데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를 해야한다면 이를 포함한 관련 법을 서둘러 정비하는 것이 가장 '단순한 진실'이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그 출발점이다. 이 개정안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가상화폐 취급업의 인가 등에 대한 규정 신설, 이용자 보호 의무와 금지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발의자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당의 제윤경 의원도 "가상화폐에 대한 법률 체계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거래 수수료를 매기면 내용이 드러나고, 적정 수준의 거래에 대한 규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제도권 포용이 투기적 거래를 급증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해외 사례에서 보아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현행법상에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와 거래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이용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어서 초래하게 될 비용을 염두에 둔다면 법·제도적 장치의 필요성 적지 않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검토가 법·제도적 장치 마련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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