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운명의 22일' 신동빈 멈추면…롯데도 멈춘다

  • 송고 2017.12.19 11:10
  • 수정 2017.12.19 11:17
  •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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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이죠. 연말 인사 논의는 현재는 불투명하고 신동빈 회장 선고 이후에나 가능한데,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연말 '인사 수난시대'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호텔롯데, 롯데정보통신, 롯데물산, 롯데쇼핑 등 각 계열사들은 정기인사 단행을 비롯한 경영현안을 오는 22일 선고 공판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임원 인사를 연말에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기를 조율해 왔지만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신동빈 회장이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 화학부문 맏형이자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역시 마찬가지다. 올 연말 주요 메인 화학사들이 '성과주의'를 앞세워 인사를 채워갈때 언급 자체가 금기시될 정도로 '눈칫밥'은 늘어만 갔다.

어찌 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그룹을 4개의 비즈니스유닛(BU)으로 쪼개면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기에 인사가 큰 이슈거리는 아니다.

당시 개편을 통해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는 그룹 첫 화학BU장에 올랐고 김교현 LC타이탄 대표는 롯데케미칼 대표로 자리를 옮기는 등 굵직한 인사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연말 큰 폭의 인사 가능성도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그룹 총수 부재 리스크에 따른 '심리적 타격'이다. 법조계·재계에서는 선고공판을 두고 "징역 10년의 구형량은 법리적으로 볼 때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쉽지 않은 형량일 것"이라는 견해들이 많다.

때문에 아무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케미칼부문에 직접적 지배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만큼 롯데케미칼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지주사 체제 완성을 꿈꾸는 롯데그룹이 국내 5대그룹 중 LG그룹과 함께 총수 부재를 단 한번도 겪지 않은 기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특히 국내 화학업계에서 No1. 자리를 놓고 매 분기 LG화학과 경쟁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에게 2018년은 상당히 중요한 해다.

회사 측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인도네시아 대규모 화학단지 건설은 하나의 예다. 즉, 해외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 동남아시아 법인인 LC타이탄은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자,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타이탄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이 소유한 부지 50만㎡를 올해 2월 매입하고 기초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도 직접 언급했을 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김 사장은 지난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든 석유화학 제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대규모 자금투자나 인수·합병(M&A)이 수반되는 해외사업의 특성상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의 부재는 핸디캡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을 통해 동남아와 유럽·미국 등에서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인 해외사업의 규모만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로 알려지고 있다.

어쨌든 22일이면 결론이 나오겠지만 작금의 과정이 '뉴 롯데' 건설을 위한 성장통이라 여기기엔 중형이 선고될 경우 당장 잃게 될 손실이 너무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쪼록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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