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상화폐, 광풍 or 삭풍...투자에 임하는 자세

  • 송고 2017.12.27 11:11
  • 수정 2017.12.27 11:16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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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자산 될 수 있을까 의문…"기초자산 없고 변동성 커"

고래들 시세 조종 의혹도…투자 기본 원칙 준수에 냉정한 판단 필요

이경은 EBN 경제부 증권팀 기자

이경은 EBN 경제부 증권팀 기자

"경은아, 비트코인 해봤어? 요즘 그걸로 돈 번 사람 많다던데. 나도 어플 깔았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이 가상화폐 거래소 어플리케이션을 구동시켜 가상화폐 시세를 보여주며 말했다.

예적금밖에 모르고 온갖 변동성과 리스크를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하는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하룻밤 사이에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번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솔깃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즈아'('가자'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가상화폐 용어), '비트코인 좀비'(하루 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보고 있다는 의미) 등 가상화폐가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우리 일상에 침투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투자 측면에서 가상화폐에 접근한다면 그 면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가 '기초자산'이 없다고 지적한다. 금, 석유 같은 현물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들은 모두 본질적 가치와 기초자산이 있다.

이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가치를 매기고 기대위험과 기대수익을 전망한 다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이 가상화폐의 기초자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또한 가상화폐는 전통적 화폐의 역할을 아직까지는 대체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의 화폐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변동성이 너무 커 화폐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가상화폐가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논란과 '투기냐 투자냐'에 대한 갑론을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실은 대량의 물량을 보유한 고래(가상화폐 시장의 큰 손 투자자를 의미)들에 대한 내부자 거래와 시세 조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래들이 부정적 소식을 퍼뜨려 시세를 떨어트리고 싼 값에 가상화폐를 사들인 다음, 호재성 소식으로 시세를 띄워 막대한 차익을 얻으며 개미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투자라는 길을 가야 한다면 모든 금융투자상품의 TV 광고 말미에 나오는 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과거의 수익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책임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며 원금손실에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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