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거창하고 요란한 보여주기 식의 일은 과감히 버려야"

  • 송고 2018.01.01 00:00
  • 수정 2017.12.31 11:19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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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감원 격랑에 휩싸인 시기…이참에 제대로 고치고 가야만 해"

"2018년은 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삼아 맡겨진 임무 본격적 추진할 것"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임직원 여러분.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진력했습니다.

북핵 등 여러 대내외 불안요인에 적기 대응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였으며, 금융소비자보호 노력을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꾸준히 발굴하여 개선하였습니다.

또한, 회계분식 등 시장질서 문란행위를 엄정 조치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의 착근 도모했고, 금융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독시스템을 마련하는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다방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룩하였고, 여러 우려에도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생각합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지난 1년간 애 많이 쓰셨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는 우리 금융감독원이 격랑에 휩싸인 시기였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몇몇 잘못된 관행과 일부 임직원의 일탈이 드러나며 외부로부터 공분을 샀고,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으며, 금융시장에서의 권위도 크게 실추되었습니다.

우리의 바람과 달리, 단기간에 이를 회복하기란 요원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금융감독원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렬히 반성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신해야 합니다.

금융회사에게 혁신을 주문해온 우리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가 진정한 변화를 강구했는지 돌아봐야만 합니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언정, 이참에 제대로 고치고 가야만 더 이상의 실패와 역경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취임 이후 무엇보다도 ‘금융감독 3대 혁신’과 ‘조직개편’에 몰두했고, 이로써,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나아갈 청사진은 어느 정도 마련되었습니다.

이제 금융감독원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치의 빈틈없이 벽돌을 차곡차곡 쌓을 차례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간절함을 스스로의 가슴에 각인하고,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각오를 다져야만 합니다.

물을 건너며 탔던 배를 불태워 버리고 배수의 진을 친다는 ‘제하분주(濟河焚舟)’의 비장한 자세로 매사에 임해야만 합니다.

이에 저는 여러분 앞에서, 올해를 ‘금융감독원 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금융감독원에 맡겨진 임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합니다.

금융 본연의 역할이 자금중개를 통해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그 과실을 금융소비자에게 배분하는 데에 있다면, 우리의 사명은 이러한 금융의 역할을 ‘바로 세우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 한해 우리는 금융소비자 본위의 금융감독과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금융감독에 매진해야 합니다.

또한 이에 대한 전제로, 건전한 금융질서의 확립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에 힘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금융감독원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금융소비자 본위의 금융감독을 실천해야 합니다.

제가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금융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금융생태계의 근본인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감독행정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금융소비자보호에 충분한 자원이 배분되지 않아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방위적인 금융소비자보호가 가능하도록 금융감독원 조직을 재편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제고하는 데에 우리의 역량을 총 결집할 방침입니다.

우선, 금융회사 스스로 ‘금융소비자 중심의 영업 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주체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세부적인 방안은 더 고민해야겠지만,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양질의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경쟁하고, 이에 대한 폭넓은 정보공개를 통해 금융소비자가 더 나은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유기적인 메커니즘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더불어,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검사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입니다.

금융소비자 권익 침해의 대부분이 금융회사의 부당한 영업행위에 기인하므로, 영업행태의 근본적 개선은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분쟁조정 중 금융회사의 소(訴) 제기를 차단하는 등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임으로써, 부득이하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구제하겠습니다.

둘째,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을 회복시켜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지원해야 합니다.

근래 금융의 외관이 크게 바뀌고는 있으나,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실물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지원한다는 금융의 본질적 가치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금융권은 이러한 본연의 소임을 도외시한 채, 근시안적 성과와 위험회피에 치중한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침체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곳에 자금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금융회사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쉽고 위험부담이 적은 가계, 부동산 등에 자금을 집중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이 실물경제의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에 부담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발로하는데, 그 중 하나가 금융회사의 경영문화에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경영 전략이나 평가·보상체계가 금융 본연의 기능 수행을 통한 장기 성장보다는 단기 실적 쌓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금융회사의 의사결정 절차와 평가·보상 체계가 과당경쟁과 쏠림현상을 유발하지 않는지, 사외이사나 감사 등 독립적 견제장치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고 합리적으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너무 세세하고 관료주의적인 감독관행이 혁신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할 금융회사로 하여금 규제준수와 위험회피에 매몰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보신주의적 영업행태의 동기가 되어 금융회사의 혁신과 위험관리 능력의 함양을 가로막고, 결국, 자금공급자로서 금융회사의 역할을 제한합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금융회사의 개별 위규 행위에 대한 적발과 시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축과 장기적 처방에 중점을 두어 근본적 해결을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인허가 처리기간을 단축하고, 약관 심사를 사후보고로 전환하는 등 금융회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비공식 행정지도나 구두지도 등 그림자 규제를 지양하는 한편 ‘제재심의위원회 권익보호관’ 제도나 ‘대심제(對審制)’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권익 또한 보호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건전한 시장질서의 확립 또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주요 과제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해야할 시장질서가 흐트러지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결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불공정거래나 회계부정행위, 불법외환거래, 보험사기 등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 행위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거나 과열 양상이 보이는 분야를 사전에 예고함으로써 관련자의 신중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국외매출, 사업결합 회계처리 등을 테마감리 분야로 사전 예고한 것처럼 가상화폐나 지방선거 관련 테마주, 조세피난처에 대한 외환거래, 중고차매매업과 같은 보험사기 취약업종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촘촘한 감시망을 가동하여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즉시 기동력 있게 기획 검사·조사·감리에 착수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위규가 드러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조치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한편,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도록 기업공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유상증자 규제나 일괄신고서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공시부담을 경감하고 신속한 자금조달을 지원하되 투자위험이 내재된 일부 신규 산업 등에 대해서는 보다 엄밀한 공시심사를 통해 투자자 피해를 예방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선제적 위험관리자로서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아시다시피,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 위험과 지정학적 위험이 병존하고 있어 우리 금융시장은 상당한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금리상승이나 부동산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면 금융회사 재무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IT혁신의 반대급부로 사이버 위협도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거시와 미시를 아우르는 건전성 감독에 더욱 힘써야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안녕과 발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전 권역을 대상으로 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이를 활용해 개별 금융회사의 복원력(resilience)과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stability)을 해할 수 있는 잠재리스크의 발현에 선제 대응할 계획입니다.

한편,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에 관해서는 리스크 취약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의 감독전략을 구사하고자 합니다.

이의 일환으로, 밀착형 상시감시 등을 통해 금융업권별·금융회사별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취약 부문에 감독·검사 역량을 집중시키겠습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른 금융과 IT의 융합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신종 보안위협에 대한 점검도 한층 강화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말씀 드린 과제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고, 달성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지난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를 제대로 집행하더라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다다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듯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힘들 때가 있으면 좋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 조직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둠 속에서도 밝은 아침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침이 오는 시기는 우리의 자세를 바로 함으로써 충분히 앞당길 수 있으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임직원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신년사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우리의 권한에 스스로 떳떳해 집시다.

금융감독원의 권한은 앞서 말씀드린 금융의 역할이 온전히 이행될 수 있게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감시, 감독하는 목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지금의 시대와 사회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주어진 권한만큼 떳떳할 것을 주문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당당해지려면, 청렴하고 올곧은 마음가짐으로 엄정하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궁극적인 지향점은 국민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시장을 존중하고 시장과 조화를 이루되, 결코 휩쓸리지 않아야 합니다.

일시적 여론이나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기 보다는 원칙과 소신을 토대로 묵묵히 우리가 할 일을 완수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자세로 우리의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국민들께서는 우리를 인정하고, 우리를 향해 믿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둘째, 조직 구성원 간에 소통하고 협력합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화(和) 하지 못해 결국 화(禍)를 불렀던 사례를 숱하게 접해 보았습니다.

우리 또한 소통과 협력 없이는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권역간, 부서간의 칸막이를 허물어 공동의 꿈을 향해 응집력 있게 근무해야 합니다.

흔히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저는, 힘을 합치면 “완벽을 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름’을 ‘그름’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수용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움으로써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합니다.

미묘한 이해관계나 경쟁의식으로 말미암아 정보 공유에 인색하거나 의견이 충돌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기존의 권역별 금융감독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별·목적별 금융감독을 위해서는, 이러한 자세가 더욱 필요합니다.

금융감독원처럼 우수한 지성이 모인 집단이 흔치 않습니다.

확신하건대, 여러분이 벽을 허물고 각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을 융합한다면, 그 시너지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를 개선합시다.

앞서 말씀드린 우리의 과제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업무방식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제가 지켜봐온 금융감독원은 항상 일손이 부족합니다. 이는 거대해진 금융산업의 외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 스스로를 옥죄어온 탓도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거창하고 요란한 보여주기 식의 일은 과감하게 버리고 핵심에 몰입합시다.

아울러,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유연하고 가족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합시다.

선배의 상명하달식 업무지시와 후배의 맹목적 복종과 같은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청산하고, 선배의 성숙된 경험이 후배에게 전수되고, 후배의 창조적 패기가 선배를 일깨우는 ‘상호보완적’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동료들 간에 성과를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에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는 그런 배려의 문화를 조성합시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일의 즐거움과 삶의 만족스러움이 균형을 이룰 때, 업무의 효율성과 창의성이 증진되고, 우리 조직의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입니다.

금융감독원 가족 여러분,

올해는 ‘황금개띠의 해’라고 합니다.

모름지기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깝고, 사랑받는 동물이며, 총명하고, 충실하며, 책임감도 강합니다.

우리는 황금개띠의 해를 맞아 국민이 신뢰하고, 국민과 함께 하며,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그런 금융감독원을 만드는 원대한 꿈을 꾸어야 합니다.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든든히 지켜낼 수 있는 강직한 ‘와치독(watchdog)’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한 번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이 과정이 아무리 험난하다 할지라도,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일념으로 서로를 북돋으며 하나씩 해결해 나갑시다.

우리의 능력과 열정에 자부심을 갖고, 넓고 깊은 안목으로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준비합시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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