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조정호·김형진…2018년 증권가 개띠 CEO가 달린다

  • 송고 2018.01.02 15:46
  • 수정 2018.01.02 15:47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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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신화'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업계 1위 견인…공정위 조사 '촉각'

조정호, 메리츠證 수익성 최고 증권사 수성…김형진, 신한금투 경쟁력 확대

왼쪽부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왼쪽부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해'를 맞아 증권가 개띠 CEO(최고경영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58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개는 영리하고 충성심이 강하며 신의가 높은 동물로 정평이 나있다. 이러한 개의 특성에 비춰볼 때 개띠 CEO들은 투자를 집행하고 고객의 자금 조달과 재산증식을 돕는 증권업에 걸맞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덩치 '쑥쑥'…발행어음 인가 '주목'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은 미래에셋대우의 전신인 미래에셋증권이 설립된지 햇수로 20년째 되는 해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지난 1999년 12월 2일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했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박 회장은 지난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해 32살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으로 발탁됐다. 박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세우고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했다.

이후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에 나서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30일 통합 미래에셋대우를 출범, 자기자본 1위 증권사를 탄생시켰다.

박 회장의 자본 확충은 현재진행형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분기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을 8조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신사업 인가와 수익성 유지는 박 회장이 올해 풀어야 할 숙제들로 꼽힌다. 미래에셋대우는 통합 법인 출범 당시 자기자본 6조6000억원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투자은행)에게 주어지는 발행어음 사업 자격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는 금융당국의 심사 보류로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미래에셋자산운용 검사 중 계열사에 관한 부당 내부거래 정황을 포착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컨설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부동산 관리업무를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과 부인 등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가족회사로 계열사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올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8조원으로 확대되면 커진 덩치만큼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3분기말 누적기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7.74%다.

◆조정호, 메리츠證 고수익성 지향…김형진, 신한금투 고성장 목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눈에 띄는 개띠 CEO 중 하나다. 조 회장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4남으로 메리츠화재 부사장, 메리츠화재 회장, 메리츠종금증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종금증권은 10%가 넘는 ROE를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ROE가 증권사 최초로 20%를 돌파했고 이후에도 10%대를 수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자본 확충을 토대로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서며 외형도 확대됐다.

자기자본이 늘어난만큼 수익성을 확보하고 신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메리츠종금증권을 이끄는 조 회장의 올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10~13% 수준의 ROE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강점을 갖고 있는 부동산금융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부문을 보강해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은 메리츠종금증권 수익 비중의 약 5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 분야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이미 갖췄다. 그러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 허용되는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업무 진출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PBS 사업은 아직 추진계획이 없다. 점진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대표적인 증권가 개띠 CEO 중 한 사람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 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정통 증권맨이 아니라는 배경 때문에 증권사 경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첫해인 지난해 호실적을 내면서 그러한 우려를 일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순이익은 157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3.2%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역시 김 사장에게 새로운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증자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획득해 PBS, 인하우스 헤지펀드등 신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한 것을 비롯해 대형 증권사를 둘러싼 경쟁환경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작년이 디딤돌을 놓은 해였다면 올해는 지금의 성장 속도를 뛰어넘어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야 할 중요한 해"라며 "각 사업부문별로 경쟁력을 상위 3위권까지 끌어올리고, 상품 소싱을 글로벌로 확대해 최고의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IB에서도 차별적인 투자은행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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