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꽃길' 걸은 한국수출…올해에는 '가시밭길' 예고

  • 송고 2018.01.05 10:39
  • 수정 2018.01.05 10:39
  •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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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출에 직접적 위협 '원화강세·고금리·고유가' 본격 대두

美, 한국산 제품 세이프가드 발동 초읽기..관련 업계 바짝 긴장

올해 한국수출에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한국수출에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연합뉴스

[세종=서병곤 기자] 지난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꽃길'을 걸어온 한국 수출이 올해에는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악재가 될 수 있는 원화강세(환율급락), 고금리, 고유가 등 이른바 '신(新) 3고 현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여기에 미국 정부가 조만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새해 첫날 수출의 최일선인 인천공항을 찾은 자리에서 "지난해 우리 수출은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6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인 5739억 달러(전년대비 15.8% 증가)를 기록했다"며 "또한 역대 최단기간 내 수출 5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4년 이후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를 회복하는 등 기록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도 세계 경기회복 및 교역 증가세로 우리 수출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원화강세·고금리·유가상승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하방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 수출 여건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요인인 원화강세는 올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작년 1월 2일 1210.00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11월 16일(1099.00원)엔 1100원선이 붕괴됐다.

지난 2일에는 1061.2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2014년 10월30일(1052.90원·저가 기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급락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고, 이는 원화의 강세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세강세가 지속되면 우리 수출기업들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많다 하더라도 가치가 높은 원화로 바꾸면 수출 기업들이 손에 쥐는 수익이 낮아 질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1050원을 수익 타격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수출 기업이 실질적인 손실을 입는다는 얘기다.

또한 이렇게 되면 수출 기업들이 나빠지는 채산성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품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확률도 커지게 된다.

고금리의 경우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기준 금리인상과 관련이 있다.

앞서 미 연준은 미국 경제가 호전됐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3월(0.75∼1.00%, 0.25%p↑), 6월(1.00∼1.25%, 0.25%p↑), 12월(1.25∼1.5%, 0.25%p↑)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올해 미 연준은 3차례 정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금리 인상은 중동, 아세안 등 신흥국 경기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신흥국에 투입된 많은 외국인 자금들이 미국으로 대거 빠져나가 해당국의 경기침체를 불러 올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우리 수출에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유가상승도 우리 수출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원유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유(선물기준)는 지난해 배럴당 53.94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후 상승곡선을 타면서 현재 배럴당 65달러 대로 치솟는 상태다.

이란에서 발생한 반(反)정부시위가 원유공급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만약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이를 수입해 소비재 등 완제품을 만드는 우리 수출 기업들로서는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우리 수출을 위협하는 3고 현상과 함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박도 골치다.

지난해 1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자국 산업 피해가 인정된다며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한국산 태양광 패널(모듈·셀)에 대해서도 최대 35% 관세를 매기는 권고안을 내놨다.

현재 두 권고안을 보고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주를 시작으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권고안대로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해당 업체들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ITC의 권고안대로 최대 3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현재 태양광 셀·모듈의 낮은 마진율을 감안할 때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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