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때문에" 화학업계, 에틸렌 호황에도 '긴장' 모드

  • 송고 2018.01.11 15:01
  • 수정 2018.01.11 17:17
  •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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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약 3년 만에 최고치 배럴당 63달러 돌파

전망 '반신반의'…ECC·NCC간 가격경쟁력, 유가가 판가름

여수 NCC 공장. ⓒ[사진제공=LG화학]

여수 NCC 공장. ⓒ[사진제공=LG화학]

국제유가가 70달러선을 목전에 두면서 저유가 특수를 누려온 석유화학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에서 묶이면서 화학제품 수요는 늘고 원료 매입비용 부담은 줄었지만 향후 유가 상승이 석유화학제품의 수요에 영향을 줘 수익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수요로 인해 올해 1분기까지 에틸렌 시황 전망이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 업계가 마음 편히 웃지못하는 이유다.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평균 유가 흐름은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산유량과 원유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에 10일(현지시각)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년여 사이에 처음으로 배럴당 63달러를 넘어섰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를 목전에 두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과 미국의 원유 재고·생산의 감소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화학업계의 '슈퍼 사이클' 호실적은 저유가 기조에 맞물린 에틸렌 시황 호조에서 비롯됐다. 꾸준한 화학제품 수요 강세 속에서 원료 매입비용 부담은 감소되는 등 에틸렌 스프레드 확대를 이뤄온 것.

에틸렌 가격은 지난달 톤당 1300달러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월 들어와서도 △중국 현물수요 증가 △다운스트림 제품 수요 강세 △중국 환경규제 등으로 가격 상승이 실현되고 있다. 1월 평균(1~9일) 가격도 1391.3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평균(1141달러) 대비 21.9% 뛰었다.

2018년 크래커들의 예정된 정기보수로 공급 부족이 우려된 다는 점도 가격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제유가 변동 추이다. 최근 급격히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유가는 업계에서 복병으로 꼽힌다. 원료비 부담 증가는 물론 화학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호황이 올해도 이어질지에 관심을 두고있지만 장기적 전망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활용해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분해설비(ECC)와의 가격 경쟁 때문이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부산물인 나프타를 분해하는 설비(NCC)를 돌려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이상으로 오를 경우 ECC 업체들이 NCC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저유가 기조속에서 석유화학업체들은 값싼 원료비 덕에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누릴 수 있었지만 향후 유가 상승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최근 에틸렌 스프레드의 경우 지난해 9월, 10월과 비교해 크게 쳐지지 않을 만큼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유가 변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 측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정책, 이란 반정부 시위, 베네수엘라 디폴트 위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특히 주요 산유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 차질 및 생산량 감소 위험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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