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인사 키워드는?…'변화'보다는 '안정'

  • 송고 2018.01.12 10:30
  • 수정 2018.01.12 10:49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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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 '재무통' CEO 내세워…대부분 비슷

CEO 교체 막상 10곳 중 3곳뿐, 그나마도 내부승진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EBN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EBN

최근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인사에서 나타난 2018년도 경영전략은 적극적 변화 모색보다는 '수성(守成)'의 늬앙스가 강하다.

정부규제 본격화 및 저유가 지속,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악재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이 지난 2017년은 물론 올해도 지속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을 끝으로 10대 건설사들의 2018년도 사장단 및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10대 건설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재무통' CEO의 약진이다. 과감한 사업 추진 및 투자형보다는 안정적인 재무운용력으로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버티겠다는 의미다.

특히 새 CEO로 얼굴을 내민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및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부터 각각 경력 등을 감안해 사내에서 대표적인 재무형 경영인으로 분류된다.

이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 스탭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박 사장의 경우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및 현대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김 사장도 현대차 국제금융팀장과 HDC 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재무와 관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이 결정되거나 임기가 끝나지 않은 다른 10대 건설사 CEO들 가운데도 재무통 인사들이 많다.

지난해 8월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송문선 수석부사장의 경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하고 있는 데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기도 하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이나 조기행 SK건설 부회장도 각각 위기에 처한 회사를 흑자전환 시킨 경력을 인정받는다. 지난해 주택사업을 바탕으로 사상 첫 매출 5조원 달성시킨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는 11일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는 재무통의 약진 외에도 60대 경영인들의 2선 후퇴와 50대 CEO들의 전진배치라는 재계의 인사기류가 또 하나의 특징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건설업계의 세대교체는 재계의 그것과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이번에 교체된 CEO들의 경우 기존 인력들과 나이상이나 경력상으로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삼성물산 이 사장만 해도 1959년생으로 전임 최치훈 사장과 불과 2년 차이 밖에 안 난다.

회사를 적자구조에서 흑자로 전환시키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최 전 사장의 이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유임이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그동안 최 전 사장 등의 퇴임문제로 인사를 몇 차례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 김대철 사장도 전임사장인 김재식 사장이 회사 CFO 출신으로 재무통이라는 점에서 큰 차별성은 없다. 더욱이 김대철 사장이 김재식 사장보다는 연하이기는 하나 60대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번 10대 건설사 인사에서 CEO가 교체됐거나 기존 사장단이 물갈이된 곳은 두세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외부인사 영입이 아닌 내부인사 승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진정한 혁신을 원했다면 과거 삼성이 최치훈 사장을 제네럴일렉트릭(GE)에서 스카웃해 사장단으로 임명한 것에 버금가는 인사가 단행되지 않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번 10대 건설사 인사가 방어경영 및 조직 추스르기로 해석할 수는 있어도 세대교체 내지 변화로 단정하기에는 다소 모자란 감이 있지 않느냐는 의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부 CEO들이 신년사 등을 통해 밝힌 대로 장기적 생존 차원에서 신사업 모색 등 변화를 시도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올해의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실적 수치상으로 지난해를 훨씬 웃도는 목표를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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