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용강관, 잘나가네"…보호무역 강화에도 수출량 급증

  • 송고 2018.01.23 15:25
  • 수정 2018.01.23 15:28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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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총 수출량 93만4000톤, 전년비 121% 늘어

미국 수요 탄탄…무역확장법 등 수입규제 '예의주시'

ⓒ세아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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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용강관 수출량이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폭 늘어났다.

2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미 유정용강관 수출량은 93만4000톤으로 전년동기(42만2000톤)대비 121.3% 증가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수출량은 94만톤으로 유정용강관 수출 대부분이 미국향이다. 유정용강관은 원유, 천연가스의 채취, 가스정의 굴착 등에 사용되는 강관이다.

미국향 유정용강관 수출량은 2012년 77만7000톤, 2013년 87만6000톤, 2014년 140만2000톤 등 증가세를 보이다 2015년 29만3000톤으로 급감했다. 이번에 다시 2년 연속 상승세다.

2015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실패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유정용강관 수요도 대폭 줄어들었다.

2016년 말부터는 유가상승과 트럼프 정부가 에너지 자립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키로 하면서 셰일가스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졌다. 유정용강관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미국의 원유채굴 시추기(Rig) 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유전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Baker Hughes) 통계를 보면 미국의 이달 셋째주 리그 수는 936개로 전년동기 대비 242개 늘어났다.

수출량 증가로 세아제강, 현대제철 등 강관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미국이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해 반덤핑 제재를 가하는 등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수출량 증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유정용강관 수요가 늘면서 수출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며 "미국이 중국산 철강재에 부과한 반덤핑으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철강업계는 올해 늘어난 수출량 역시 차후 반덤핑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제품의 수입활동에 대해 수입량 제한 등 무역조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을 겨냥해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한국산 철강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안보 침해'라는 결론을 내리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해 유정용강관 수출길은 막힐 수밖에 없다. 미국 수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관업체들의 수출 감소 및 매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미국 반덤핑 제재로 세아제강 뿐만 아니라 많은 철강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소 등 (통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아제강은 유정용강관 및 송유관 대미 수출량이 전체 수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매출액 대부분이 미국 수출에서 나오는 넥스틸도 높은 반덤핑 관세율로 미국 현지진출 등 보호무역 대응에 나섰다.

강관업체 관계자는 "오는 4월 나오는 2차 연도 반덤핑 최종판정 결과에 따라 강관업체들의 표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최근 수출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 철강업체들이 또 제동을 걸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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