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보복] 무차별 '관세폭탄'…세탁기·태양광 '발등의 불'

  • 송고 2018.01.23 15:53
  • 수정 2018.01.23 16:59
  •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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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불가피 삼성·LG "미국 내 유통 업체·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

태양광 업계 "수출 시장 다변화 필요, 극복 가능할 것"

삼성·LG 세탁기와 한화큐셀 태양광 이미지. ⓒ

삼성·LG 세탁기와 한화큐셀 태양광 이미지.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외국산 수입 세탁기에 이어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승인함에 따라 '관세폭탄'을 맞게 된 관련업계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의 주요 수출시장인 만큼 우리 정부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 권고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미국 USTR은 수입산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의 수입량 쿼터를 설정하고 쿼터 내 물량은 20%, 초과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확정했다. 2년 차에는 120만대 미만 물량에는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제소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촉발됐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보다 빠르게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두 회사는 합쳐서 연간 약 300만대의 세탁기를 미국에 수출해왔으니 이번 조치로 이 물량에 최소 20%, 최대 50%의 관세가 붙게 돼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그만큼 소비자 가격도 수직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상실을 뜻한다. 전자업계는 관세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는 없는 만큼 일정부분 손해를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에 돌아가고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또 양사는 미국의 거래선과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에 공급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에서 1월 12일 세탁기 생산을 시작,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질없이 공급할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판매를 늘려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측은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해 민관 협동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렸으며 WTO 제소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김현종 본부장은 "한국에서 수출하는 세탁기는 산업피해의 원인이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조치에서 해당 세탁기를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 2.5기가와트를 초과하는 태양광 제품에 대해서도 1년 차에는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했다.

이에 국내 태양광 업계에 긴장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미(對美)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실적에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지만 기업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 업체들의 태양광전지 대미 수출 비중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총 83억달러 규모의 태양광 전지를 수입했다. 또 지난해엔 국내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지의 68%가 미국향이었다.

특히 한화큐셀의 경우 미국에서 올리는 매출이 전체의 35%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큐셀 측은 "지난 11월 발표된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 크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기존 수출 시장에서 유럽·일본 등의 상황을 고려해 물량 배분을 재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 정부의 발표문에는 발효일 및 제외국가 등 세부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대통령 공식 승인문이 발표돼야 상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업체들마다 대미 수출 물량이나 상황이 다르지만 수출시장 다변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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