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하는 남자' 정용진의 파격실험은 어디까지?

  • 송고 2018.02.13 14:45
  • 수정 2018.02.13 15:10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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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등 SNS로 키덜트감성 가감없이 보여줘, '스타성 갖춘 오너CEO' 평

주35시간제 도입 및 국내 최대 온라인몰 준비 등 파격, 성공적 정착 관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yn_loves).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yn_loves).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은 키덜트다. 아이(키즈) 같은 어른(어덜트)이란 의미 답게 정 부회장은 그림책을 보고 장난감을 갖고 논다. 그는 스타성도 갖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을 담은 게시물을 자주 올리고, 대중 앞에 나서서 강연도 곧잘 한다.

그의 키덜트적인 감성과 스타성은 기업경영에 반영된다. 업계 최초 복합쇼핑몰(스타필드) 건립, 대기업 최초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에 이어 최근에는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해 국내 최대규모 온라인쇼핑몰 구축에 들어갔다. 정용진의 파격실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yj_loves)에 자기 사진을 포함한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서 정 부회장은 회색으로 칠해진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벽의 한 방 앉아 어딘가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그는 사진 설명글에 "언티페그스 카페에서 #멍때림"이라고 적었다.

함께 올린 사진은 그가 왜 멍때리고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듯하다. 사진에는 카페 바에 6~7명의 손님이 앉아 음식을 맛있게 즐기고 있는 모습, 카페 한쪽에 커피원두를 볶는 기계 등 각종 조리기구가 오픈돼 있는 모습, 모던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LP레코드 기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정 부회장은 이 카페의 분위기에 완전히 도취한 듯 보인다.

정 부회장은 SNS에서 그의 키덜트 감성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지난 1일에는 한 책방에서 그림책을 보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멀리서 보면 무슨 철학책 있는 포스임. 사실은 그림책임. #샀슴 #애들용아님 #내꺼임 #ㅋ"이라고 적었다. 4일에는 레고의 닌자고 제품 사진과 함께 "애들꺼(X), #내꺼(O)(수정)"라고 적었다.

그는 키덜트였다가도 한순간에 경영자로 모습을 바꾼다. 2일에는 이마트 노브랜드에서 출시한 칼국수(kalguksu)와 우동(udon) 제품을 가격과 함께 소개했다. 3일에는 이마트의 자체 식품브랜드(PL)인 피코크 제품으로 저녁을 먹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밖에 해외 전시회에 직접 참석해 전시물건을 살피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마트 비밀연구소에서 직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 CEO는 항상 점잖아야 하고, 미디어에 가급적 적게 노출돼야 하며,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오너CEO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 틀을 과감히 깨고 있다.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이 어떤 유형, 어떤 경영자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우선 키덜트적 감성은 그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그룹의 다양한 신사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타성은 그가 개방적 리더십을 갖고 있으며, 업계 선도하는 리더로서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SNS에 직접 제품을 소개함으로써 '회장이 챙겨보고 있다'라는 식으로 직원들을 긴장하게 하는 미세경영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러한 감성은 기업경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신세계는 국내 최초 백화점, 최초 대형마트를 출시해 유통업계를 선도했다. 2016년에는 쇼핑과 여가 및 휴식시설을 한 곳에 몰아 넣은 국내 최대규모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을 론칭했다. 고양점, 코엑스점에 이어 추가 오픈도 계획 중이다.

올해 1월부터는 대기업 최초로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는 업계 전반으로 퍼지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직원들에게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돕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창작에너지를 끌어 올리겠다는 의도이다.

이마트 자체상표인 '노브랜드'는 시장의 가격 파괴자로 등극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는 식품과 생활용품에 이어 최근에는 TV 등 가전제품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가격을 내리는데도 일조했다는 평이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파격을 준비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시너지를 일으킬 온라인채널 구축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온라인사업부를 합병시켜 국내 최대 규모의 이커머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계 투자펀드 2곳으로부터 1조원도 유치받았다. 정 부회장은 통합 온라인사업을 5년 후인 2023년까지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그룹의 핵심 유통채널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 사업을 도맡을 신생법인은 올해 내로 출범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파격실험을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파격까지는 좋았지만, 그 사업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졌는지,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일단 중간평가는 합격점이다. 유통산업 성장이 정체를 보인 상황에서도 (주)신세계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8721억원, 영업이익 3449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31.4%, 37.2%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점유율과 질적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용진의 파격실험이 본격적으로 발현되는 올해 이후의 성적은 어떻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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