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궁지로 몰아넣은 경영권분쟁 재발되나

  • 송고 2018.02.14 12:02
  • 수정 2018.02.14 15:46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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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구속으로 한일 계열사 대표이사직 퇴출 불가피

신동주 전 부회장 "신 회장 즉시 사임 및 해임돼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광윤사 대표이사.ⓒEBN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광윤사 대표이사.ⓒEBN

결국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는 지경까지 왔다. 처음 시작은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이후 롯데는 오너가의 검찰 수사에 이은 재판, 중국의 사드보복,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까지 연루됐다. 그런데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롯데를 궁지로 몰아 넣은 경영권 분쟁이 재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일본 광윤사는 신동빈 회장 구속에 대한 입장자료에서 "신 회장이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죄로 실형 2년6월의 유죄 판결을 받아 법정구속이 집행, 구치소에 수감됐다"며 "이 같은 일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태이자 매우 우려할만한 사태"라고 언급했다.

이어 "신 회장을 즉시 사임, 해임하고 협력거버넌스의 과감한 쇄신과 구조조정이 롯데그룹 환경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광윤사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는 회사 중 한 곳이다. 광윤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 50%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구속으로 신 전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 탈환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광윤사 입장자료는 그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한국사업과 일본사업으로 나눠져 있다. 일본사업은 지주사격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총괄하고 있으며, 한국사업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가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업의 총 지배도 사실상 일본롯데홀딩스가 맡고 있다.

롯데지주 지분율은 신동빈 회장 10.4%, 신동주 0.23%, 신격호 총괄회장 3.1%, 롯데장학재단 3.97%, 일본롯데홀딩스 3.5%, 호텔롯데 6.5%, 롯데알미늄 6.38%, 한국후지필름 3.79%, 롯데아이티테크 2.32% 등이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한국 계열사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20.1%, 임원지주회 6%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신동빈 회장은 1.4%에 불과하다. 즉, 광윤사가 일본롯데홀딩스만 장악하면 얼마든지 한국과 일본의 그룹 계열사까지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일본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의 편을 들었다. 홀딩스에서 신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신 회장이 법정구속됨에 따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을 박탈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기업 경영자의 범죄 기준에 더 높은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에 걸쳐 보유 중이던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의 97%를 매각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이 운영하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단순히 주식을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매각 가치는 총 7680억원 규모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을 위해 준비한 자금 성격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구속에서 풀려나기 전에 재빨리 경영권 탈환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게 되면 롯데는 다시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신 회장이 구속된 것은 따지고 보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단이다.

2014년 12월부터 시작된 기나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는 경영에 악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2016년 6월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이후 9월 롯데는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부지로 제공함으로써 중국의 주표적이 돼 온갖 사드보복을 당하게 된다. 결국 중국시장에서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했다.

신 회장은 박근혜·최순실로부터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제공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게 됐고, 그러면서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선정을 암묵적으로 요청했다. 결국 이것이 암묵적 뇌물로 작용해 신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것이다.

신 회장을 구속으로 몰아 넣은 경영권 분쟁이 도돌이표처럼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롯데그룹으로서는 앞날이 캄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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