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공지능은 우리 하기 나름…인문교육 수반돼야”

  • 송고 2018.02.14 19:18
  • 수정 2018.02.15 09:07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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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크리스토퍼 클라그 수석 에디터, 발제자로 참여

"AI 관련 논쟁 심화될 것…잘못된 정보로 정책입안자들에 혼선 우려"

"그러면서 AI는 노동시장 미래에 대해 중요한 질문 던지는 계기될 것"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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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정작 우리 일자리와 프라이버시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우리 인류는 정체 모를 인공지능과 과연 손을 잡을 것인지, 거리를 둘 것인지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달 “중국 인공지능이 독해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했다. 주인공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소속의 데이터 과학 연구소가 만든 신경망 모델이다.

이 모델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스탠퍼드 대학이 만든 기계 검증 시험을 통과했다. 위키피디아의 기사 500여 건을 읽고 1만여 건의 질문에 답을 하는 테스트에서 인간의 기록 82.304를 앞서는 82.44를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사회 정치적 이슈를 분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하나씩 앞서며 조금씩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의 정체를 두고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인지 가르려는 현대인들에게 크리스토퍼 클라그 이코노미스트 수석 에디터는 '인공지능은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고 '속 편하게' 말했다. 언뜻 단촐할 수도 있는 답변에 이어진 설명은 깊이감이 묻어났다.

클라그 수석 에디터는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력과 관련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AI에 대한 논쟁은 더욱 격화될 것인데 잘못된 정보로 정책 입안자들이 혼선을 빚는다면 유의미한 AI 정책과 제도들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부터 드러냈다.

그는 AI에 대해 희망론과 절망론 어느 쪽 하나를 제시하기보다, AI는 새로운 혜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롭게 등장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AI를 통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제는 과장법이 동원돼 진실을 곡해한다는 점이다.

클라그 수석 에디터는 "AI 지지자와 반대자 양측 모두 자신의 관점을 뒷받침 하기 위해 과장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AI에 관한 많은 논의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AI는 실제로 우리 사회를 개선하는 만큼이나 사회를 교란시킬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모든 새로운 작업은 일자리의 손실을 뜻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 또는 직업군이 생겨날 수도 있는 가운데, AI는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AI라는 존재가 가진 실체적 진실은 아마도 그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클라그 수석 에디터는 AI는 업종별로 다르게 활용되면서 경제성장률(GDP)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우선 제조업의 경우 AI는 공급망을 더 효율화하고, 유지 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일괄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의료산업에선 신약 개발과 의료비 절감, 의료진 지원에 AI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산업에서는 AI를 생산과 송배전을 일관되게 하는 시스템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교통에 있어선 도시 전역의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들이 AI와 결합해 자율주행차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그 수석 에디터는 "현재 인공지능(AI)이 보일 영향력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고 닥칠 부작용에 겁먹기 보다 현재의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고 영어권 국가보다 턱없이 부족한 AI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문학에 대한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교육 외에도 인공지능이 보다 풍요롭게 활용될 수 있도록 문화와 예술, 역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인간만이 가실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이 의사 결정의 순간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많은 재료와 데이터도 어떻게 가공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컴퓨터나 세제 감면도 중요하지만 교육과 스킬업에 투자를 해야 AI로 인한 하방효과를 피할 수 있다"며 "최근 선진국에서는 공공부문 R&D 지출이 떨어지고 있는데 GPS 기술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공지능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코노미스트에 길을 묻다'라는 세미나의 발제자로 참여한 클라그 수석 에디터는 AI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해 분석했다. △시나리오1은 사람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을 때 △시나리오2는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을 때 △시나리오3은 교육과 IT 인프라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했다.

연구 결과 IT인프라나 교육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클라그 수석에디터는 2030년까지 한국의 GDP 성장률은 0.02%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AI 효과를 배제한 한국의 2030년까지 연평균 GDP 성장률은 1.78%다. 반대로 IT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면 연평균 GDP 성장률이 예측치보다 1.22%포인트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AI 기술을 잘 발전시킬 경우 2030년까지 연평균 3%의 GDP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스킬업을 위한 고등교육 강화시 연평균 GDP가 기존 예측치 대비 0.29%포인트 높아진 2.0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클라그 수석 에디터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생각리더십&콘텐츠 솔루션팀의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스위스의 세계무역연구소에서 국제통상법과 경제학 과정을 이수했고 런던대에서 한반도 정치와 경제학을 전공해 아시아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국회경제민주화포럼이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AI가 대한민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EIU는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 분석기관이다. 구글의 지원을 받아 AI와 머신러닝이 2030년까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경제모형을 이용해 연구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걸 의원이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국회경제민주화포럼은 12일 오후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걸 의원이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국회경제민주화포럼은 12일 오후 "인공지능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코노미스트에 길을 묻다" 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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