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협력 갈등…현대상선 "이득 없다" vs SM상선 "규모차이 적어"

  • 송고 2018.03.14 15:09
  • 수정 2018.03.14 15:34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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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상선 손잡으면 운임 및 대외 신뢰도 하락 우려

"이해관계 안 맞아 협력 불가"…"협력 안하면 공멸" 의견도

ⓒ현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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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 간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SM상선은 지난해부터 미주노선에서 협력을 제안했지만 현대상선이 네 가지 이유를 들며 거절을 공식화하면서다.

SM상선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한국 해운업 재건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입장자료를 통해 "한국 해운업 재건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협력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SM상선과의 협력 여론이 커지자 확실하게 입장정리를 한 것이다.

현대상선의 협력 거절 이유를 요약하면 △미주노선에서 미국 경쟁당국 제재 대상 △2M(머스크, MSC)의 반대 및 관계 무산 우려 △SM상선의 취약한 대외 신뢰도 △타사 대비 낮은 SM상선 운임 등이다.

SM상선 화물을 공동운항 선박에 실을 경우 운임이 동반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현대상선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주노선 운임을 기존보다 45%가량 깎았지만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노선에 중복되는 노선을 개설, 아시아발 화물을 운임인하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SM상선과 공동운항, 선복교환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SM상선은 14일 "일방적 주장"이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SM상선은 두 선사의 시장점유율이 미국 경쟁법에 저촉될 만한 규모가 아니고 2M과도 선박 대선을 통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저운임과 관련해서도 "SM상선의 미주서비스 개시 시점(지난해 4월 20일)은 주요 운임협상이 끝난 상황이라 불리한 면이 있었다"면서도 "이후 스팟화물 선적에 있어 SM상선 운임이 현대상선보다 낮았다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해운연합(KSP)은 물론 아주노선에서 글로벌 선사들과 공동운항을 하고 있다. 화주 신뢰도와 운임이 현저히 낮다면 왜 협력하겠느냐"며 "아주노선에서 지위를 이용해 운임 덤핑을 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되물었다.

SM상선 관계자는 "SM상선이 어떤 영향력을 미치기에 2M이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특정화주에 대해 현대상선과 운임을 비교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운임이 낮지 않다"며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주장을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피어스데이터

ⓒ피어스데이터

SM상선이 현대상선과 미주서안 및 동안 등 북미항로에서 협력을 원하는 것은 규모를 키우지 않고 서는 화주 확보는 물론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타 산업과 달리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가 쉽지 않아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상선은 궁극적으로 SM상선과의 협력은 "득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

피어스(PIERS)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항로 시장점유율은 현대상선이 5.7%(89만5000TEU)로 세계 9위, SM상선은 1.2%(18만7000TEU)로 16위 수준이다. 전제 선복량에서도 현대상선은 35만TEU, SM상선은 5만TEU에 그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산업연구실장은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협력 시) SM상선이 도움을 받는 형태"라며 "합리적인 경영측면에서 현대상선이 거부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지역 특정항로에 동일한 선복량을 투입하는 형태는 가능할 수 있지만 북미항로 전체에 대해 공동운항 협력은 선복량 및 투입량 차이가 크다"며 "이해관계가 맞아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SM상선

ⓒSM상선

하지만 SM상선은 미주서안에 6500TEU급 5척, 미주서안 북부에 4000TEU급 6척이 투입되는 만큼 북미항로에서 규모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황진회 KMI 본부장은 "운임 덤핑을 통한 형태로는 남는 게 없다. 두 선사가 운임 유지 등 시장전체를 지키는 형태로 협력을 해야한다"며 "얼라이언스를 해야 선사가 살 수 있다. 협력을 하지 않는 건 공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흡수합병과 관련해 현대상선은 "SM상선의 구조조정 비용이 현대상선에 전가됨으로써 국민혈세 추가 투입이 불가피해진다"며 "채권단이나 주주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M상선은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오히려 국내 터미널 지분 인수 빛 고비용 용선 정리에 1조원 이상 필요한 부분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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