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강 관세폭탄 면제' 전방위 총력전

  • 송고 2018.03.19 16:43
  • 수정 2018.03.19 17:17
  •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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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19일부터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신청 접수"

정부, 다각도로 미국 설득 나서..."아직 예단할 수 없다"

미국의 수입 철강재 25% 관세 시행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이 면제국에 포함될 지 정부의 협상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해 산업부와 외교라인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전방위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이 개별 이해당사자를 대상으로 받기로 한 관세부과 품목 제외 신청은 심의에만 3개월이 걸려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수출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5% 철강 관세에 대한 품목별 적용 제외 요청을 이날부터 받는다며 연방관보에 관련 절차를 공지했다.

앞서 미국은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에 대한 '국가 면제'와 별도로 특정 철강제품에 대한 '품목 제외'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면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은 직접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일부 품목 제외를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현재 철강 관세 면제를 받은 국가는 캐나다·멕시코·호주 뿐이다.

미 상무부가 기업 신청 시 면제 품목 심의를 90일 이내로 끝낸다는 방침을 내세운 터라 국내 업체들은 최대 90일까지는 예외없이 관세를 떠안아야 한다.

품목 제외 신청은 미국 내 이해 당사자만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제철과 같이 미국 내 고객사(현대·기아차)가 같은 그룹사인 경우 상무부에 품목 제외 신청을 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 직접적인 고객사인 경우 미국 기업이 자국 여론을 의식해 품목 제외 신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통상 및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 미국 현지 법인 등 대기업 위주로 품목 면제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미국에서 건설, 제조 등의 사업활동에 철강을 사용하는 개인이나 단체만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상무부는 개인과 기업들로부터 총 4500건의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 제외 요청에 대한 반대 의견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신청을 하더라도 심의 기간에 수출할 경우 25% 관세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은 한국산 제품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정부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품목 제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백악관은 수입 철강 관세 부과 대상 개별 국가들과 관세 시행일 전까지 면제 협상을 지속한다는 뜻도 밝혀 향후 추가 면제국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면제협상과 관련해 "개별국가들과의 면제협상을 다음주 말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며 또 많은 개별 국가들과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철강관세 제외 요청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한국이 면제국에 포함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철강 관세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연계하려는 상황에서 미 정부의 철강 고관세 발효 시점인 23일 이전에 한국이 면제국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면서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단할 수 없다"며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 관세 면제 협상을 위해 지난 13일 출국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협상단은 오는 23일 관세 시행 전까지 미국에 남아 설득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미국 철강관세와 자유무역협정(FTA), 환율보고서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같이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9∼20일(현지시간) 열리는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하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미국 '관세폭탄' 사태에 관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대북특사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철강 관세 예외에 힘을 실어줄 것을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부탁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미 외교라인을 접촉하면서 한국산 철강 관세 면제를 물밑작업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며 철강관세 조치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가 면제를 얻어내기 위한 미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에 대해 "조금 더 기다리면 이번 주 안에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무역확장법 232조)은 오는 23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2시 1분부터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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