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입원일당 논란…감사원까지 나서나

  • 송고 2018.03.20 16:37
  • 수정 2018.03.20 16:55
  • 이나리 기자 (nallee8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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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약관 이유로 암보험금 안주는 보험사들

금감원 "민원처리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모임(이하 보암모) 회원 및 보험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금감원의 책임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EBN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모임(이하 보암모) 회원 및 보험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금감원의 책임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EBN


암보험금 지급 문제로 보험사와 보험가입자들이 수년째 분쟁을 이어오는 가운데 보험가입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보험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목적’이 핵심인데 보험사들은 이 범위를 좁게 해석해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실정이다.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암 환우들은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한편 금감원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모호한 보험약관에 대한 재정립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암환자와 가족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모임’(이하 보암모)은 20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다섯 번째 집회를 열고 금감원에 감독당국으로서의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험관련 단체 3곳(보험이용자협회,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전국보험설계사 노조)관계자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박 의원 이날 집회에서 “보험회사들이 보험 약관에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놓고 '직접적인 치료목적'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어 보험계약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정의를 암보험약관에 규정하는 등 애매모호한 약관을 바로잡도록 권고했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토론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직접적인 치료 목적’이라는 이유로 암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근거는 지난 2008년 대법원 판례다.

당시 대법원 판례는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대해 '종양을 제거하거나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종양 약물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듬해 광주고등법원에서는 종양치료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입원기간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 항종양치료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암의 치료를 직접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암의 직접치료에 대한 해석을 놓고 다양한 법원 판례가 나오고 있는데도 보험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례를 들이밀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셈이다.

또 대형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은 뒤 요양병원으로 옮겨 후속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보험사들은 ‘직접 목적’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보험금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철규 보암모 회장은 "암의 직접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약관 규정이 없고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도 없다"면서 "보험사들이 모호한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일부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면죄부처럼 들이밀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들의 이런 횡포가 늘어남에도 금감원은 감독당국으로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보암모는 이날 집회에서 △‘직접치료’에 대한 약관 문구 명확화 △암입원일당 보험금 100% 지급 △금감원의 책임 촉구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보암모 회원들은 금융민원센터에 개별민원신청서를 제출했다. 집회기간동안 이들이 제출한 민원은 수백 건에 달한다. 금감원 분쟁조정국에서는 민원·분쟁처리 업무절차에 따라 사안별로 분쟁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보암모에서는 암보험금 분쟁 환우들을 대상으로 감사원에 금감원 감사를 청구하는 등 금감원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72조에 따르면 국민감사청구는 19세 이상의 국민 300인 이상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청구할 수 있다. 국민감사청구가 접수되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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