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의 증시블랙박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임박-두가지 성격의 야누스

  • 송고 2018.03.21 13:52
  • 수정 2018.03.21 13:52
  • 관리자 (rhea5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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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어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넘어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미국의 기준금리와 한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게 되면 꼭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금리가 역전되었으니 미국으로 돈이 쓸려나갈 것이라는 분석을 자주 접하게 되지요. 한-미 기준금리 역전 과연 악재일까요? 혹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13년여만에 발생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

2007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발생하고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연준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보다도 매우 낮은 수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0~0.25%라는 제로금리 상황에서 8년여를 있었으니 10년 넘게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보다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었습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임박했고…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임박했고…

그러했던 미국이 2015년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단계적인 금리인상 수순으로 접어들었고 2015년 12월 FOMC회의를 시작으로 미국이 5차례 금리인상을 하는 동안 한국은 그 사이 1번의 금리인하와 1번의 금리인상이 있었을 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라는 가두리에 오랜 기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지요.

결국 이번주에 열리는 3월 FOMC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 결정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넘어서면서 2005년 7월 이후 13년 만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있습니다.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어 증시에는 악재가 될 것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게 되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지게 되면 금리 매력이 미국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미국으로 자금이 빠져나가 증시에 악재가 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합니다.

이 의견에 대해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한-미 간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고 하여 바로 강력한 셀코리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속도조절이 발생하고 이전에 비하여 매수세가 약해질 수는 있습니다.

과거 2005년 7월 한-미간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후 바로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발생하지 않고 1년여의 시간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두려워했던 증시 하락장이 나타난 것은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 되고도 2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바로 금융시장과 증시에 악재로 부상하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2000년 중반 당시 한미 금리역전 전후의 주가지수와 외국인 누적 순매매추이.

2000년 중반 당시 한미 금리역전 전후의 주가지수와 외국인 누적 순매매추이.

◆한미-기준금리 역전 : 본격적인 시장금리 상승이라는 야누스가 커가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고 바로 증시에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증시는 이를 잊고 한동안 더 상승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경기상황이 좋다는 호재가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에도 경기 호조를 이끌어내면서 기업들의 실적을 높이며 실적장세를 만들어갑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증시가 상승할 때, 한편으로는 야수와 같은 무서운 야누스가 커지고 있다는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올 여름인 7월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나오지 않겠느냐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아마 그 이전에 시장금리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현상들이 국내 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을 것입니다.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금리가 임계치에 이르기 전까지 증시는 금리 상승을 악재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커져간다는 것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중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대략 3.5% 수준인데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될 경우 내년에는 이보다 1%p 이상 높아질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2%p까지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 부담은 단계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예금금리 또한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의 투자메리트도 높아지게 돼 어느 임계치에서는 갑자기 투자 분위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

(만약 은행 1년 예금 금리가 4%정도 된다면 어떤 느낌이신지 상상을 해보신다면?)

◆아직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어야할 시나리오.

물론 지금 당장 한국증시가 한-미 금리 역전으로 무너지거나 하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입니다. 한국증시는 글로벌 증시 중에서 가장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저평가된 국가이고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도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한국증시를 든든히 받쳐주거나 끌어올려주는 메리트라는데 필자의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 이후 단계적으로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다보면 임계치에 이르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 트리거 중에 하나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시점이고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물밀듯이 뛰어들어올 때일 것입니다. 마치 지난 겨울 가상화폐에 사람들이 광적으로 뛰어들 때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 어느 날 D-day까지 아직 시간 여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씩 마음 한편에 만약의 시나리오를 준비해 두실 필요는 있습니다. 아무리 안전한 놀이기구라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투자칼럼니스트 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고려대 MBA 재무학 석사를 마치고 퓨쳐스브레인, 투자자문사, 씽크풀에서 다수 투자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이데일리TV에서는 '이성수의 블랙박스'의 앵커로 활동했으며 서울경제TV, MTN, 팍스TV에서는 투자 조언자로 출연했습니다. 저서로는 '시간을 이기는 주식투자 불변의 법칙', '부족한 연봉 주식으로 채워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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