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문학도 꿈꾸던 만화狂

  • 송고 2018.04.18 06:00
  • 수정 2018.04.18 02:43
  •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 url
    복사

만화 플랫폼 '픽코마' 日 시장 판도 바꿔…출시 2년만 수익 급증

애플앱스토어·구글플레이 매출 넷플릭스 제쳐…픽코마TV 런칭

"어릴 때 본 만화 주인공 이름을 지금도 기억한다. 만화라는 영역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발간하지 못한 책도 여러 권 있다. 만화나 문학이나 동영상 모두 컨텐츠로 승부하는 시대다. 카카오재팬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픽코마' 비즈니스 모델이 줄 즐거움과 수익성을 확신한다."

카카오재팬(카카오 일본법인) 김재용 대표(43세)는 17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토호시네마에서 픽코마(piccoma) 출시 2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했다.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550여명의 미디어·작가·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어 카카오재팬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인터뷰했다.

카카오재팬 김재용 대표가 17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토호시네마에서 픽코마 출시 2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모습

카카오재팬 김재용 대표가 17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토호시네마에서 픽코마 출시 2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모습

'픽코마'는 디지털 이미지 단위 픽셀(pixel)과 일본어로 만화나 영상 한 컷을 의미하는 코마(coma)의 합성어다. 구독자를 위해 선별한(pick) 만화라는 뜻도 담았다. 카카오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이 일본 만화 시장 진출을 위해 2016년 4월 선보인 플랫폼이다.

김재용 대표는 외고에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대학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NHN재팬(現 라인·LINE Corp)에 근무했다. 2015년 5월부터 카카오재팬을 지휘하고 있다.

간담회와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카카오재팬의 사업성보다는 '픽코마' 알리기에 주력했다. 픽코마 사업 성과와 신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픽코마TV)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일본은 여전히 오프라인 DVD 대여 시장이 연간 4.3조원에 달할 정도로 아직 본격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이 도래하지 않은 상황이다. 충분한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 픽코마를 통해 카카오만의 콘텐츠를 픽코마TV에도 적용함으로써 경쟁사와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픽코마가 2년이라는 짧은 기간 기록한 성장은 훌륭한 작품과 작가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단기 수익 확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긴 호흡으로 작가 및 출판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 카카오재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재용 대표

일본 도쿄 카카오재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재용 대표

픽코마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억2400만엔(한화 약 8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0배 급증했다.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전월 말 기준 29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일본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통합 앱 매출액 기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Netflix)를 제치고 8위를 차지했다. 일본 앱스토어 책 카테고리 인기 앱 순위에서는 1위에 올랐다.

카카오재팬은 픽코마의 성공이 현지 작가들과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우수 작품 확보와 독자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기다리면 무료'는 만화책 한 권을 여러 편으로 나눈 뒤 한 편을 보고 특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 편을 보려면 요금을 지불하도록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김 대표는 "초기 회의적 입장이던 일본 대형 출판사와 만화 플랫폼 업체들도 최근 '기다리면 무료'를 자사 사업 모델로 채택하는 추세"라며 "픽코마의 비즈니스 모델이 일본 만화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재팬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픽코마TV를 올 여름 출시할 계획이다. 픽코마를 통해 인기가 검증된 만화를 영상화해 픽코마TV에 독점 공급하고, 픽코마TV 영상 콘텐츠 중 인기 높은 작품을 만화로 제작해 픽코마에 선보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김 대표는 "콘텐츠라는 서비스 플랫폼도 결국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면서 "픽코마에 광고를 넣지 않는 이유도 당장 눈 앞의 수익보다는 건강한 컨텐츠로 자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어렸을 때 보던 만화 주인공들이 한 발자국씩 나아가며 성장했듯 카카오재팬과 픽코마도 서두르지 않고 세상에 즐거움과 유익함을 주는 모델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쩍 마른 김 대표가 글로벌 컨텐츠 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할 것 같다는 예감에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