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결국 사퇴

  • 송고 2018.04.18 11:44
  • 수정 2018.04.18 14:56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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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때도 버틴 권 회장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사의 표명

권오준 포스코 회장.ⓒ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결국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중도사퇴 전례를 밟게 됐다.

권 회장은 18일 서울 포스코센터 18층 스틸클럽에서 긴급 이사회에서 공식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은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변화는 CEO 변화"라며 "열정적이고 박력 있는 분한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것을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주현 이사회 의장도 "권 회장이 사의는 표했지만 2~3달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동안의 경영공백이 없도록 자리를 지켜달라고 부탁했다"며 "승계 카운슬(CEO 추천위원회)에서 후임 회장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2020년 3월까지 임기 2년을 남겨둔 권 회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 포스코 회장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권 회장에 대한 사퇴설도 줄곧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을 나서는 동안 권 회장의 이름은 한 차례도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의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정도에 입각에서 경영하는 게 최선책"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CEO 교체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지난 4년간 구조조정과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추진하면서 경영의지를 보여 왔다. 특히 권 회장의 구조조정 성과와 실적 개선은 CEO 교체설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71개에 달했던 국내 부실 계열사를 38개로 줄였다. 해외 계열사도 181개에서 124개로 정리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약 7조원의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듬해 연임에 성공하며 중도 사퇴설을 불식시켰다.

향후 권 회장의 거취는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친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회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장은 "권 회장은 신규 사업과 포스코 50주년 비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놓은 만큼 (이제는) 다른 사람이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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