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한진 총수일가, 결단 내릴까

  • 송고 2018.04.26 15:34
  • 수정 2018.04.26 15:36
  • 이형선 기자 (leehy30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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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찰·경찰·관세청·공정위·국토부 등 한진 총수일가 '정조준'

총수일가 전원 경영 퇴진 요구 빗발…"스스로 결단 내리는 것이 순리"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총수일가 밀수 의혹으로 번지면서 한진그룹이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경찰·검찰·관세청·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 모든 사정당국이 한진 일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면서 회사 입지가 벼랑 끝까지 몰린 형국이다.

무엇보다 총수일가 갑질 행태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총수일가 전원을 향한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조양호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검찰·관세청·국토부·공정위 등 사정당국 조양호 회장 일가 전방위 압박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진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기내판매팀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조사관 30여명을 보내 현장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공정위는 기내 면세품 판매에 대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가 '통행세'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줬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세라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 과정 중간에 총수일가 소유 회사를 끼워 넣어 이들에게 부당 이득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회사는 한진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 원종승씨와 조현아·원태·현민씨가 공동 대표를 맡은 면세품 중개업체 '트리온 무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벼락 갑질'을 수사 중인 경찰은 조 전무의 폭행 및 특수폭행 등 구체적인 혐의 확인을 위해 그가 유리잔을 던졌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 관세청과 함께 한진그룹 3남매와 대한항공 사무실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컴퓨터·태블릿PC·외장 하드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조 전무의 모친이자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행 등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3남매를 비롯한 한진 총수 일가와 대한항공의 밀수·탈세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세관 당국은 앞서 한진그룹 3남매 자택과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총수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와 관련된 자료들을 확보한 상태다.

국토부도 과거 외국인인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올라간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도 국토부 담당자가 이를 묵인·방조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진에어에 대한 전방위 조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현아·현민 자매 사퇴 및 전문경영인 도입 카드 '역효과'…총수일가 경영서 손 뗄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진 총수일가를 향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점점 매서워지면서 이제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사태 해결의 최대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앞서 물벼락 갑질 논란에 따른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조현민·현아 자매의 동반 퇴진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은 거셌다. 수습방안에 대한 진정성 결여가 지적되며 조 회장이 마지못해 수습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의 경우 사실상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부회장직에 앉혀 실질적으로 그룹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조현민·현아 자매의 퇴진 또한 여론을 의식한데 따른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사장도 최근 다시 복귀한 탓에 조현민 전무 역시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런 상황에 더해 대한항공 내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에 대한 추가 폭로가 잇따르면서 조 회장 일가를 향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한편 총수 일가 전원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실제로 오너 일가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제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대한항공 소액주주를 모아 경영진을 교체하는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사무소 측은 "소액주주의 세를 확장한 뒤 주주총회를 열도록 대한항공에 요구하고, 주총에서 이사진 변경을 요구해 관철한 뒤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직원들도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를 위해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비리를 제보하고, 그에 따른 증거들을 수집 및 공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영진 해임 등에 적극적인 주주권을 발동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하락한 기업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12.68%)을 비롯해 한진칼(11.81%)의 2대 주주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오너 일가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직원들까지 한 목소리로 '오너 일가 전원 경영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회사 자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결국 전방위로 압박을 받고 있는 조 회장 입장에서 업계 안팎에서 일고 있는 오너 일가의 경영 퇴진 요구에 부응해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은 조현민 전 전무에게 있지만 사태를 이렇게 키운 건 총수인 조양호 회장이나 다름 없다"며 "만약 조 회장이 직접 나서 조속히 수습했다면 이 정도까지 사태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도 퇴진할 처지에 몰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조 회장 스스로 내려놓는 결단을 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지만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 합당한 순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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