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사들, 끝내 중국에 발주 추진 '씁쓸'

  • 송고 2018.05.14 15:18
  • 수정 2018.05.14 19:47
  • 김지웅 기자 (jiwo6565@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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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중국과 벌크선 건조계약…장금상선도 발주추진

중국 금융지원 등 공격적 영업…한국 RG 발급도 힘들어

상해외고교조선이 건조한 18만DWT급 벌크선 전경.ⓒ상해외고교조선

상해외고교조선이 건조한 18만DWT급 벌크선 전경.ⓒ상해외고교조선

국내 선사 폴라리스쉬핑과 장금상선이 중국 조선사를 상대로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선사는 그동안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해온 선사들이라는 점에서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중국에 선박 발주를 단행하는 한국 선사들에게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으나, 선박 투자금과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선사들로선 자국 발주 결정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14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중국 상해외고교조선(SWS, Shanghai Waigaoqiao Shipbuilding)에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척을 발주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규제인 'Tier III' 기준에 따라 건조되는 이들 선박은 오는 2020년 인도될 예정이며 척당 선박가격은 47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5월 기준 18DWT급 벌크선이 4700만달러에 발주가 이뤄지고 있다.

기본적인 사양의 선박이 4700만달러로, 기존 'Tier II'보다 강화된 'Tier III' 기준에 따른 선박을 건조할 경우 척당 건조비용은 100만~150만달러 정도 늘어난다.

이를 감안하면 폴라리스는 시장가격인 4800만~4950만달러보다 척당 100만~150만달러 낮은 가격에 선박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폴라리스뿐 아니라 장금상선도 상해외고교조선에 벌크선 발주를 추진중이다. 장금상선은 상해외고교조선에 20만DWT급 뉴캐슬막스 벌크선 4척의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중국 조선에 한두 척이 아닌 4척의 벌크선을 시리즈선으로 발주하면서 중국 프리미엄을 활용해 시장가격보다 낮게 선박을 발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선사는 모두 지난해와 올해 한국에 선박을 발주했던 선사들이라는 점에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서는 한국 선사들이 중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가격을 꼽고 있다. 특히 벌크선 대부분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에 벌크선을 발주하는 이유는 싼 가격 때문"이라며 "한국도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나, 중국보다 낮은 저가 출혈 경쟁에는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벌크선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실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성동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한조선 등 국내 중견 조선소들에서 이같은 선박의 건조가 가능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과정 중으로 회생 인가 결정이 나기 전까지 선박 수주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조선소들은 채권단 승인 없이 수주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금융권에 해당 계약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주건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RG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선사들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해 자국 조선업계에 선박 발주를 단행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수백 척의 벌크선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발주된 벌크선이 자국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에 더해 RG 발급 등 금융권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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