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 송고 2018.05.15 09:58
  • 수정 2018.05.15 10:04
  •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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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세간의 입을 오르내렸던 컨트롤타워와 중간금융지주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이번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을 통해서다.

김상조 위원장은 연일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해결을 종용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자 삼성에게도 기대감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10대 그룹 CEO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며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언급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삼성이 3단계를 거쳐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관치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보고서 말미에 언급되는 중간금융지주는 이미 삼성에서 검토를 해봤으나 진행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는 중간금융지주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전환 논의가 삼성 특혜라는 시각도 있었으며 이로 인해 공정위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진통 끝에 보류된 계획이 다시 언급되고 있는 셈이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이미 삼성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해체하고 삼성전자와 물산, 생명이 각각 전자, 비전자, 금융 계열사를 아우르는 소규모 컨트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소견이다.

김 위원장은 컨트롤타워가 의사결정을 한 뒤 각 계열사에서 독립적 절차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의문시되는 것은 김 위원장이 말하는 컨트롤타워가 이미 해체된 미래전략실과 과연 다른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미전실을 '커튼 뒤의 조직', '대주주 이익을 대변하고 금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구태의연한 조직'이라며 비판해왔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도 이 점을 적극 강조했으며 결국에는 미전실의 해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전실이 김 위원장의 발언처럼 오로지 구태의연하기만 했을까? 미전실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사업을 조정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전실에서 결정된 내용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됐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컨트롤타워와 '구태의연한' 미전실 사이에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상황에 따라, 또는 해석의 차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기업 운영에 독이다. 기업에게 감 놔라 배 놔라 식 조언을 하기 전에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식의 정책 기조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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