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기준금리 동결, 7월 인상론 힘 빠지나

  • 송고 2018.05.24 11:00
  • 수정 2018.05.24 14:18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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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생산 실물지표 악화…'소수의견·8월 인상' 전망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EBN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EBN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1.50%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주요 배경은 실물경제 지표의 부진이 꼽힌다.

한은은 24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25%에서 1.50%로 6년 5개월만에 인상된 뒤 6개월 째 유지되고 있다.

◆힘 빠지는 7월 인상론…"7월 소수의견-8월 인상" 전망도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당초 점쳐졌던 '7월 금리인상론'은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 총재가 임지원 신임 금융통화위원의 취임식에서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 기대감을 낮췄다. 여기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경기침체 국면 초입' 진단도 겹쳤다.

고용과 생산, 투자까지 각종 지표가 악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취업자수는 1년 전보다 12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석 달 연속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대 초반에 그치는 '고용 쇼크'다. 실업률은 4.1%로 4%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지난 3월 중 전(全)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설비투자는 7.8%씩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가 이끄는 '외끌이 성장'이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29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4.8% 늘었는데, 반도체(42.8%)가 상당폭을 차지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반도체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반도체 착시문제, 청년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제조업 가동률이 오랫동안 저하하는 모습"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지난달 한중일·아세안(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가보다 소비, 투자, 고용 등 실물지표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기가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낮은 물가도 기준금리 인상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올해 1~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0%→1.4%→1.3%→1.6%를 기록, 목표치인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지원과 금융안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한은으로선 금리인상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7월 금리인상론은 임지원 신임 금통위원의 선임으로 힘을 받았었다. 지난 4월 임 위원이 JP모건 이코노미스트 재직 당시 보고서에서 한은의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전망했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역전 장기화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감 등도 조기금리 인상론을 지지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7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용 지표 둔화와 정책 당국 내부의 경기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됐고 6월 북미 정상회담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등 이벤트가 연이어 대기하고 있는 점도 통화 당국에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5월 소수의견-7월 인상'에서 '7월 소수의견-8월 인상'으로 예상 일정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임지원 신임 금통위원(가운데)이 24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EBN

임지원 신임 금통위원(가운데)이 24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EBN

◆한은 "신흥시장국 불안…지정학적 리스크 등 주의깊게 살펴볼 것"
실물경제지표 부진과 함께 이번 금리 동결의 주요인은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다.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JP모건의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지난 18일 66.17로 마감해 신흥국 통화위기가 불거진 지난 4월 1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5.6% 떨어졌다. 이는 작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 위원들은 "현재 전망대로 경기가 움직인다면 곧(soon) 다음 단계를 밟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6월 금리인상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기자간담회 참고자료를 통해 "세계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했다"면서도 "국제금융시장을 보면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시장국에서 자본유출이 확대되면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이 총재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중간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일부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보겠다"고 향후 정책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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