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학공장 안전공포…인식 바꿔야

  • 송고 2018.06.08 11:10
  • 수정 2018.06.08 11:14
  •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 url
    복사

기업이 품고 있는 이미지(image)는 곧 자산이다. 기업의 이미지가 좋고 나쁨은 생산하는 제품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요즘과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기업이 평소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해왔느냐에 따라 위기로부터 신속히 벗어날 수도, 더 큰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그만큼 기업 이미지라는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기업이 겪어온 여러 사건의 팩트가 축적돼 만들어진 '인상'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최근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가 잇단 안전사고로 좋지 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단순작업 도중의 가스 누출 및 추락 사고는 물론 폭발과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른 해당 사업장의 가동 중단은 당연한 얘기다.

석유화학 공장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 심리는 반복되는 사고에서 비롯된다. 지난달 29일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로켓 추진 용기에 추진제를 충전하던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3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달 17일엔 한화케미칼 2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돼 20여명이 부상했고, 이날 충남 서산 한화종합화학에선 근로자가 냉각탑에서 화학약품 투입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지난달에만 한화 계열사에 총 3차례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21일에는 에쓰오일의 울산 윤활기유 공장에서도 배관가스 누출로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SK머티리얼즈 본사가 위치한 경북 영주 공장에서 배관단절로 인한 WF6(육불화텅스텐) 누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롯데케미칼 대산 BTX공장의 경우 1월 발암물질인 벤젠이 5t(톤) 가량 누출되는 사고가 난 데 이어 4월 초 단순 화재 사고까지 발생한 바 있다.

인명사고는 비단 화학업계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5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흥동 포항철강산업단지 2단지 내 제철세라믹 공장에서 기름탱크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공장 밖에 있던 탱크 2개 중 1개를 철거하다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1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4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화학·철강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장치산업은 일반적으로 여러 기업들의 설비가 밀집돼 있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화학물질이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잦다.

이같은 안전불감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수적이다.

빈번한 안전사고 발생에는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원인이 섞여 발생한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전 300번의 징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때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